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거둔 압승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보완·대체한 제1기 기계시대가 지나가고, 인간의 지능을 보완·대체하는 제2기 기계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에서 더 발전한 ‘심화학습(deep learning)’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기술은 바둑 한 분야만을 위한 특수목적용이 아니라 범용성이 있다. 이는 그동안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생각해온 분야들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사무직과 관리직 분야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인공지능의 산업적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혁신키로 했다. 그러나 현행 교육시스템을 파괴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교육 구조개혁은 자유학기제, 일·학습병행제, 선취업 후진학제 등 지엽적인 현안에 집중되고 있다. 근본적인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을 창의적 인재양성 교육으로 전환하고, 양질의 교육을 무료나 염가로 필요로 하는 누구에게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딸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면서 450억달러 상당의 보유주식 99%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세계 7위 부자인 그의 기부행위를 많은 사람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관점에서 본다. 그는 딸에게 쓴 장문의 편지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향상시키고 기회균등을 촉진하기 위해 개별화된 학습, 질병 치유, 사람들을 연결해 강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에 초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가 개별화된 학습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관심이나 필요와는 상관없이 같은 진도로 같은 내용을 배우는 획일적인 현행 교육모델로는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좌)와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하는 강의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교육의 질은 낮은 게 사실이다. 무크는 최상의 교육을 누구에게나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온라인 교육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방향적 수동식 학습이란 한계를 지니고 있다.
플립드 러닝은 대면(對面)학습을 강의 위주의 암기식·주입식 학습에서 쌍방향적 문제풀이 및 토론식 학습으로 전환한다. 문제는 수업 전에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와 개별학습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크와 플립드 러닝은 별개로 발전해 왔지만 최근 무크는 수업 전 개별학습용으로 활용하고 플립드 러닝은 대면학습에 적용하는 보완적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 모델은 개별화된 학습의 초기단계를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모델을 교육의 파괴적 혁신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각종 교육의 근본적 구조를 뒤바꿀 가능성 때문이다. 4대 부문 구조 혁신이 이해집단의 완강한 저항과 실행에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다. 무크와 플립드 러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혁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지닌 파괴적 혁신 가능성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서의 잠재성을 인식하고 장기적 육성정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임진혁 UNIST 교수·경영학·교수학습센터장
<본 칼럼은 2016년 3월 29일 한국경제 39면에 ‘[오피니언]’알파고 쇼크’ 파괴적 교육혁신 필요하다?’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