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는 다시 ‘에너지 현실주의(Energy Realism)’로 돌아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전력요금 급등, 공급망 불안,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각국은 이상적 구호가 아니라 물리 법칙과 공학적 사실에 근거해 에너지 정책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안정적이고, 저렴하며,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전원을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에너지원은 현존하는 기술 중 원자력이 유일하다. 특히 대한민국 산업수도이자 동남권 산업 심장부인 울산에 위치한 새울원자력발전소의 신규 호기 유치는 단순한 발전소 증설을 넘어, 지역 경제의 생존과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필수 과제다.
우리는 앞서 탈원전을 선택했던 유럽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첫째, 독일의 사례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을 선언하며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전기요금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부족한 기저전력을 메우기 위해 화석연료인 석탄과 가스 발전을 재가동하며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을 낳았다. 최근 독일 메르츠 총리가 “탈원전은 심각한 전략적 실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직접 내놓고 있는 이유이다.
둘째, 스웨덴의 결단이다. 전력망을 공유하는 이웃 국가 독일의 탈원전 이후 남부지역 전력 가격이 북부지역과 190배나 차이나는 급등 현상과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겪은 스웨덴은 최근 원전 확대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스웨덴의 에바 부슈(Ebba Busch) 에너지 장관이자 부총리는 “세상 어떤 의지력도 또는 정치적 신념이 아무리 강해도 물리 법칙의 기본 원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No willpower in the world can override the basic rules of physics.)”라고 말하면서 전기는 필요할 때 반드시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투표나 희망사항이 아니라 주파수, 관성, 열역학이라는 과학적 원리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진리를 일깨워준다. 원전 없이 현대 산업 국가를 유지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울산은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 전력 소비의 핵심 거점이자 수출의 전초기지다. 석유화학, 조선·해양, 자동차,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수소 및 신소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울산의 모든 산업은 24시간 중단 없는 대용량 기저 전력을 요구한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정밀 공정 라인이 멈추고, 이는 곧 수조원의 경제적 손실과 직결된다.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보완재이지만, 날씨에 따라 출력이 널뛰는 특성상 주력 전원이 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반면, 원전은 연중 80~90% 이상의 이용률로 날씨와 무관하게 고품질의 전력을 공급한다. 따라서 새울 신규 호기 유치는 울산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에너지 보험’이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3+세대 설계(APR1400)를 바탕으로 한다. 통계적으로도 원전의 사고율과 환경 영향은 석탄이나 가스 발전보다 훨씬 낮다. 오히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가 시민의 건강에 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또한, 원전 1기는 연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다. 이는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이다. 이제 원전은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
새울 신규 호기 유치는 울산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조원대의 대규모 건설 자금 투입과 연인원 수만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진다. 지역 업체 참여와 상권 활성화는 덤이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과 세수 증대는 지역 복지와 인프라 개선의 마중물이 된다. 에너지 집약적인 AI 데이터센터, AI 산업, 수소 생산 기지는 안정적인 전력원이 확보된 곳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도약을 비전으로 SK와 아마존의 AI 데이터센터가 건립되는 이유이다. 원전은 울산을 ‘탄소중립 그리고 AI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킬 강력한 경쟁력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울산을 물려줄 것인가. 에너지 수입 의존과 전력 불안으로 산업이 이탈하고 활력을 잃은 도시인가, 아니면 강력하고 깨끗한 에너지 위에 첨단 기술이 꽃피는 미래 도시인가. 과학은 이미 답을 제시했다. 정치가 자연의 법칙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는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여 미래를 바꾸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울주군의 새울 원전 신규 호기 유치는 찬반의 논리를 넘어 지역 생존과 국가 안보를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결정이다.
<본 칼럼은 2026년 2월 25일 울산매일 “[기고] 에너지 안보와 과학의 원칙 위에 서는 지역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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