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자체별로 투명 페트병을 자동으로 수거하는 무인 회수기가 설치된 곳이 많다. 페트병을 무인 회수기에 투입하면 AI로 포장지 제거 여부와 청결 정도를 검사한 후 수거되면 등록된 아이디로 10포인트를 지불하고 일정 포인트 이상이 되면 현금으로 환전해 준다. 일반적인 분리수거보다 청결하게 회수가 가능해 재활용 효율을 높여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투명 페트병에 한정된다. 팬데믹 당시 환경부에서 추진됐던 다른 아이디어도 있는데, ‘테이크 아웃’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카페로 가져오면 구매 시 지불한 보증금 300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맹 카페에서는 다른 카페에서 구매한 용기에 대해서도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어려움 등을 호소해 실제 시행되지 못했다.
투명 페트병, 일회용 음료 플라스틱 용기 등에 대한 이런 아이디어는 분명 폐기되는 플라스틱 양을 줄이면서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 수거는 지자체의 각 구청 단위, 즉, 공공기관의 가용 예산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며, 카페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카페 이용자가 구매할 때 지불한 보증금을 용기를 반납하면서 되찾아 가는 것이고 이것도 환경부가 나서 가맹 카페들을 설득해 제도화를 시도했었다. 두 가지 모두 정부에서 주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나서 플라스틱 폐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에 조금 더 힘을 실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고민해 보고 싶은 거다. 튀르키예에 기반을 둔 플라스틱콤팩트(plasticompACT.org)라는 벤처 기업이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생태계를 더 망치기 전에 회수해서 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순환 고리에 넣는 역할을 모든 시민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도와주는 아이디어가 신선할 뿐더러 정부, 지자체가 아닌 시민이 자체적으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플라스틱콤팩트는 플랫폼 앱을 만들어 2025년 4월 파리에서 개최된 ‘ChangeNow 포럼’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가져오면 플랫폼 앱을 통해 수거자(collector)에게 ‘플라스티코(plastico)’라는 돈을 지불한다. 플라스티코는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암호화폐이다.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양이 많아지면 플라스티코 암호화폐는 수거자의 전자지갑에 쌓인다. 그런데 재밌는 게임적 요소가 작동한다. 플라스틱 없는 생태 환경의 세상을 꿈꾸면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수고를 해준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싶어하는 보상자(rewarder)가 생긴다. 누구든 보상자가 될 수 있다. 보상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플랫폼 앱에 들어와 가치로운 것을 내어 놓는다. 물론 현금 기부도 할 수 있고 카페 주인은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빵 가게 주인은 저녁 마감시간 전 일정량의 빵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주중 영화관람권을 내어 놓는다. 그리고, 플라스틱콤팩트 플랫폼은 수거자와 보상자를 플라스티코 화폐로 연결한다.
플라스틱을 주워도 보상이 생각 만큼 크지 않다면 원할하게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할 수 있다. 물론 첫술에 배 부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콤팩트 운동의 플라스티코 화폐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생겨날 가치의 순환을 상상해 보았으면 한다. 엄청난 잠재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순환 경제 루프 속에서 플라스틱이 순환하는 이동 정거장 역할을 하는 가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플라스티코 전자화폐 거래의 일부를 플라스틱 정거장 가게에 배당하는 구조로 순환 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자발적인 시민 보상자가 생겨나는 게임 요소 가능성에 이은 두 번째 반전은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플라스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만 있다면 물, 음식, 에너지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 도움이 없이도 가능하지만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움직임의 시작이 울산이면 더 좋겠다. 꿈꾸는 대로 가치가 생성되는 새로운 세상이 현실이 되는 상상을 플라스틱을 통해 울산을 중심으로 부울경에서 시작해 봤으면 한다.
<본 칼럼은 2026년 3월 3일 울산매일 “[매일시론] 플라스틱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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