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은 어떤 창조성(creativity)을 추구해야 할까. 마거릿 보든(Margaret A. Boden)은 창조성을 새롭고(new) 놀랍고(surprising) 가치있는(valuable) 아이디어 생산능력으로 정의했다. 보든은 창조성(creativity)을 세 범주로 나누었다. 익숙한 아이디어들을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결합하는 ‘조합형 창조성(combinatorial creativity)’, 기존의 개념 공간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탐색형 창조성(exploratory creativity)’, 그리고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창출할 새로운 개념 공간의 문을 여는 ‘변혁형 창조성(transformational creativity)’이 그것이다.
창조성이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닌 AI 시대다. 인간과 AI는 창조성에서 어떤 분업으로 갈 것인가. AI가 조합형과 탐색형에서 강점을 갖는다면 인간이 잘할 수 있거나 노력해야 할 창조성은 짐작하는 대로다. 변혁형이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2002년 인재전략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 명이 군주를 먹여 살렸지만, 21세기에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을 먹여 살린다.” AI 시대에 맞게 번역하면 그 천재는 변혁형 창조성의 인재다.
문제는 이런 천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기를 것인가다. “극히 높은 성과를 올린 인재는 어릴 때부터 그 편린(片鱗)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천재에 관한 연구들이 확인해 준다. 미국 등에서 조기 월반제도를 도입한 과학적 근거도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어릴 때 우수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 특별한 교육의 필요성이 등장하는 이유다. 특히 어릴 때 탁월한 재능이 있는데도 저소득층 등 환경적 이유로 창조성 발현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 나아가 인류의 손실이다. 천부적 재능의 발굴도 중요하지만, 그 재능을 살려줄 교육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창조성 높은 인재의 특성 연구는 차고 넘친다. 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세상을 바꾼 변혁형 혁신가나 가장 성공한 발명가의 특성 연구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전제나 가정을 의심하고 지금까지 없던 문제에 도전한다. 이런 특성은 쉽게 모방할 수 없지만, 창조성 높은 사람의 행동 특성을 잘 활용하면 누구든 혁신 잠재력을 키우고 소질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과 문화를 ‘혁신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다.
창조성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연구는 동기에 관한 것이다. 동기는 금전보상, 승인욕구 등 외적동기와 자기 내부에서 분출되는 내적동기로 나뉜다. 연구에 따르면 외적동기는 한계가 있다. 보다 높은 창조성에 도달하려면 내적동기가 더 중요하다. 이런 내적동기는 남이 아닌 자기의 결정성이냐와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내적동기 부여는 어릴 때부터일수록 좋다.
지금까지 창조성 인재에 관한 연구를 소개한 이유가 있다. 기업이든 도시든 국가든 창조적 파괴가 생존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는 창조성 높은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울산은 AI 첨단도시가 되고 싶어 한다. 이 꿈을 실현하려면 울산을 창조적으로 파괴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재가 울산을 꽉 채워야 한다. 그것도 울산에서 새로운 개념 공간을 열 수 있는 변혁형 창조성의 인재로 말이다.
불행히도 울산은 창조성 인재의 발굴과 양성이라는 전주기(全週期)로 볼 때 취약한 고리가 있다. 시민의 높은 염원으로 탄생한 과학기술원 UNIST가 있지만, 정작 그 UNIST와 초·중등교육을 이어줄 ‘영재고’라는 인재의 다리가 없다. 울산과학고를 UNIST 부설 AI 영재고로 만들 수 있다면 울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창조성으로 무장한 20대 초·중반 박사 배출이 가능할 것이다.
더 크게 생각하고 더 멀리 바라보는 창조성 인재도시 울산.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나는대로 울산의 창조적 파괴를 인재전략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떤가.
<본 칼럼은 2026년 3월 31일 경상일보 “[안현실칼럼]창조성 높은 인재도시 울산을 꿈꾼다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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