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에디슨이 뉴욕 맨해튼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소를 가동했을 때, 사람들은 전기의 시대가 즉시 도래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전기가 실제로 미국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린 것은 40년이 지난 1920년대의 일이었다.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Paul David)가 규명했듯, 전기라는 범용기술의 잠재력이 실현되기까지는 공장의 레이아웃을 재설계하고 조직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경영의 전환’이 반드시 뒤따라야 했다. 기술이 아무리 혁명적이어도, 그것을 담아낼 경영 체계 없이는 생산성 통계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다. 1987년 로버트 솔로우가 꼬집은 ‘생산성 역설’은 AI 시대인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기술적 특이점은 이미 우리 곁을 지나갔다. 대규모 언어 모델은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췄고, 생성형 AI는 코딩에서 법률 검토까지 전문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물론 AI 기술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 쏟는 관심에 비해, 이를 경영 현장에서 가치로 전환하는 ‘AI 경영’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 왔다. AI 엔진을 만드는 경쟁만큼이나, 그 엔진을 장착할 ‘차체(비즈니스 모델)’와 ‘운전자(AI 경영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왜 AI ‘기술’이 아니라 AI ‘경영’인가.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등의 연구가 보여주듯, AI가 총요소생산성(TFP) 향상으로 이어진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재설계와 보완적 인적자본 투자를 병행한 곳이다. 팔란티어(Palantir)의 온톨로지(Ontology) 체계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특정 방법론이 아니라, 데이터를 경영적 가치로 전환하는 체계적 역량 그 자체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는 사실이다.
AI 경영이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되는 이유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있다.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노동 투입이 구조적으로 줄어들면, 자본 축적만으로는 수확체감의 벽을 넘기 어렵고 성장의 핵심 동력은 기술과 경영 혁신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 기준 0.80명으로 2년 연속 반등했으나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산업수도 울산은 지난 10년간 제조업 임금근로자가 3만1000명 감소했고, 40세 미만 청·장년층만 2만9000명이 줄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32년까지 울산 제조업 인력이 7만명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론 아제모글루(Daron Acemoglu)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Pascual Restrepo)의 ‘과업 기반 프레임워크’가 시사하듯,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과업을 재편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 과업을 창출하는 기술이다. AI 경영은 이 과업 재편을 전략적으로 설계해,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노동 시장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한다.
AI 경영 역량은 실험실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맞닿은 교육과 실천의 접점에서 길러진다. UNIST U미래전략원은 한국동서발전의 AI 전환 추진전략과 거버넌스 체계를 설계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에너지×AI 융합연구혁신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 산업에 AI 경영을 접목해 왔다. 울산시와 전통산업의 미래기술 융합 사업을 기획하고, 한국연구재단과 R&D 매니지먼트 지원체계를 설계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다지고 있다. 경영과학부의 AI 경영 교육, U미래전략원의 산학 프로젝트, 노바투스아카데미의 사회 보급 교육이 삼각 체계를 이루며 현장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교우위’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데 있지 않다. AI 기술 개발은 당연히 지속돼야 하지만, 그와 함께 AI를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경영의 표준’에서 앞서는 것이 한국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울산의 산업 데이터와 UNIST의 전문성이 결합할 때, 대한민국은 AI 기술 수입국을 넘어 ‘AI 경영 모델 수출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갖춘다. AI 경영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울산의 공장에서, UNIST의 강의실에서, U미래전략원의 프로젝트 현장에서 이미 시작된 이 흐름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사야 UNIST 경영과학부 교수·서울대 중소벤처기업정책센터 연구위원
<본 칼럼은 2026년 4월 2일 경상일보 “[목요칼럼]특이점은 지났다, 이제는 ‘AI 경영’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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