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울산포항고속도로가 부분 개통했다. 울산 JC에서 출반하면 15분이 안되어 남경주IC에 도착할 수 있고, 올해 6월 완전 개통되면 포항까지 30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미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울주군에서 양산시로, 부산울산고속도로를 통해 울산에서 부산 해운대로 30분 내에 손쉽게 오가고 있다.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이 예정대로 2018년 12월에 완공되면 부산~울산~신경주~포항을 잇는 철도를 이용하여 보다 편리하게 지역 간 왕래가 가능하다. 바야흐로 고속도로와 철도를 통하여 부산, 울산, 양산, 경주, 포항이 하나의 광역권역으로 묶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가 간 무역 장벽이 철폐되고, 국가 중심의 경제 경쟁에서 전 세계 대도시권역 간의 무한 경쟁시대로 점차 변화됨에 따라 광역경제권 단위의 지역발전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광역경제권 논의에서 권역 내 중소규모 도시들은 중심도시로의 쏠림 혹은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로 참여와 협력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08년 말 부산울산고속도로가 개통될 때, 울산에서 부산으로의 인구이동이 가속화되고 주거, 상업, 문화 등 전 부문에서 울산이 부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지역 간 인구이동 통계로 볼 때, 2008년 부산에서 울산으로 2849명이 순유입 되던 것이 고속도로 개통 첫 해인 2009년 114명 순유출로 바뀌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다시 부산에서 울산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순유입 되고 있다. 단순히 인구이동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결과는 교통인프라 확충과 같은 광역경제권 단위 사업들이 빨대효과로 특정도시에게만 유리한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음을 시사한다.
부산과 울산이 경상남도에서 분리되었기에, 일반적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하나의 광역권역으로 인식되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부산, 울산, 경남을 포함하는 동남권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이 수립된 바 있다. 많은 학회, 협회, 기업들도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회 혹은 부울경 지역본부를 운영한다. 하지만 울산의 생활권역, 경제권역은 부울경을 넘어선다. 울산 북부는 경상북도에 속하는 경주와 맞닿아 있고, 포항과 울산은 동해안의 핵심 산업 기능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울산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부산, 경남 뿐 아니라 경북의 경주, 포항과 협력하고 상생하기 위한 지역발전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광역 교통 인프라 확충과 대내외적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부산, 양산, 울산, 포항, 경주를 포함하는 광역 동남권역의 지리적 중심지이자 산업중심지로서 울산의 비전을 재정립하고, 울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때마침 20대 국회에서 각 지역을 위해서 봉사할 국회의원들이 새로이 선출되었다. 울산지역 정치권이 주축이 되어, 부산, 울산, 포항, 경주, 양산 지역을 아우르는 광역적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상호협력하기 위한 광역 거버넌스체계 구축 노력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국비 예산 확보를 위한 새로운 사업발굴도 광역적 관점에서 접근할 때 논리 개발과 사업성 확보에 유리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울산~양산 간 도시철도건설사업, 포스텍~유니스트 간의 연구개발 협력사업, 울산~경주 연계 관광인프라 구축사업 등 지역 간 협력을 통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광역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속도에 비해 지역 간 협력사업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는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소통과 협력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광역권역 내 도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에, 울산만 잘 살아보겠다는 성장전략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광역교통 인프라 확충과 연계하여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소통·협력·상생 중심의 울산 지역발전 전략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6년 4월 26일자 경상일보 18면에 ‘[경상시론]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지역발전 전략을 고민하자’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