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유전 정보의 차이에 기초해 치료를 하려는 의생물학 분야의 맞춤형 의학 (Personalized medicine) 혹은 정밀 의학 (Precision medicine)의 시도는 미래 거의 대부분 환자 치료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의생물학의 발전과 이에 따라 나오는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 분석할 수 있는 전산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학 기술적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어떤 다른 준비가 있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현대 의생물학은 점차적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생산해 내기 위해 의생명 과학자, 전자 전산 과학자들의 상호 협력이 필요해 지고 있다. 또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이미지 관련 기술이 필요해 지고 있다. 이는 한 개개인이 위주가 되어서 움직이던 기존 실험실의 범위를 넘는 큰 연구단으로의 발전을 요구한다.
이러한 큰 연구단 조직은 국가, 대기업체, 그리고 큰 자본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 단체에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은 약 10여년 전부터 미국,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시작이 되었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필요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원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이나 다른 많은 융합, 공동 연구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 공동 연구 지원과 이곳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자들의 저변 확대는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보건원에서 심장병, 폐병 등과 같은 일반적 질병이 개개인의 차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15만∼20만명의 사람의 지놈(genome)을 분석하는 일을 최근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의 희귀병에 국한된 유전자 분석 치료를 일반적인 질병에도 확산하는 효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대기업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니카(AstraZeneca)도 200만명의 유전자 분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외국 정부, 대기업의 노력은 맞춤형 의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최근 울산시에서는 맞춤형 의학, 정밀 의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울산 지놈 프로젝트를 울산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울산이 맞춤형 의학의 선두주자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으므로, 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발전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 등의 의생명 과학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지만, 유전적 차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를 높이고,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개개인의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알게 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적절히 환자나 그 가족에게 전달해야 하는지도 정부가 연구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젊은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있는 것을 알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알게 되었을 때 가능한 치료가 유방 절제술 같은 극단적인 방법 밖에 없다면 더더욱 그럴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유전자 분석이 가지고 오는 장점, 그리고 이를 통해 개개인이 가지게 되는 미래의 건강한 삶에 대해 사회적으로 계몽하고, 이를 구성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많은 질병들은 유전적으로 결정이 되어지는 부분뿐만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계몽시키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가계에 특이 질환이 있는 경우, 그 가계와 혼인 조차도 꺼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만일 개개인의 유전 정보가 알려지고, 이를 통해 특정인이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 발생할 사회적 문제를 생각해 보라. 따라서, 유전 정보의 관리, 처리를 정부가 맡아서 철저히 관리해 줘야 할 것이다.
병원, 의생명 연구소에서 축적된 유전정보가 정부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호해 주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 그리고 개개인의 보험료 인상 등의 막대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부는 사회 구성원들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고, 이를 철저히 다른 구성원이나, 보험회사 같은 영리 단체에서 보호해야 할 것이다. 유전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사회의 의생명 과학 분야의 리더들이 감시하는 노력을 요구한다.
특정 유전적 우성만을 만들어 내려던 나찌(Nazzi)와 같은 정부나 영화, 가타카 (GATTACA)의 세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의생명 과학 분야의 지식인들이 나서서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의 미래는 맞춤형 의학과 정밀의학의 발전으로 더욱 윤택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질병들이 조기 예측되고, 더 나은 치료 방법으로 우리의 삶은 풍요로와 질 것이다.
이러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이에 직접 종사하는 의생명 과학자, 전자, 전산 과학자, 의화학 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정부, 대기업, 비영리 단체, 그리고 일반 사회 전반에서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본 칼럼은 2016년 5월 20일 울산매일신문 3면에 ‘[명경재 칼럼]맞춤의학 위한 사회와 국가의 준비 필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