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은 21세기 인류에게 닥친 큰 위기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도 이 분야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는 연구자들이 많다.
김건태 교수는 연료전지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과학자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의 상용화를 위한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그는 작년 8월에 이어 12월에 또 굵직한 연구 성과를 내놓았다. 논문이 게재된 저널은 재료 및 물리 분야 세계 최고 군위의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다. 이 논문을 중심으로 김 교수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Q. 김 교수님께서는 최근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논문을 게재하셨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이 연구에서 천연가스나 메탄, 프로판, 부탄 등의 탄화수소 연료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고체 산화물 연료극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는 수소나 탄화수소를 공기와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시키는데요. 전기 외에는 물만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손꼽힙니다. 게다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배출되는 열까지 활용한다면 발전 효율이 95% 이상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뛰어난 셈이죠.
이번에 새로 개발한 전극 소재는 수소뿐 아니라 아닌 탄화수소를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인데요. 안정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성능도 높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700℃에서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탄소 침적이 일어나지 않았고, 500시간 이상 안정성을 평가한 결과 전압이나 전류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에는 세계 최고의 성과입니다.
또 수소나 프로판을 연료로 사용했을 때 기존에 보고된 전극 소재보다 뛰어난 출력 성능과 안정성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천연가스나 LPG 같은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연료전지로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Q. 이번 연구 성과의 중요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는지 궁금합니다.
A.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료입니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는 800℃ 이상의 고온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내구성도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700℃ 이하의 중․저온에서 고성능을 낼 수 있는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개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물질은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doble perovskite) 시스템인데요. 열적․화학적 안정성을 가지고, 전기 전도도와 산소 이온의 이동속도가 뛰어나며, 수소와 탄화수소 연료의 산화 반응에 좋은 촉매 활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연료극 물질을 활용하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의 제작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이번 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지게 되나요? 또 그런 미래가 오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도 여쭙겠습니다.
A. 지난해 세계 연료전지 시장은 1조 8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85%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연료전지 사업에 LG, 두산,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이 제조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료전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료전지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형편입니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연료극 물질을 상용화 시스템에 적용하게 된다면 각 가정에 소형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연료전지 시스템에서는 수소를 따로 공급할 필요 없이 이미 설치된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전기를 생산하고 이 때 발생하는 폐열은 온수공급에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가발전이 이뤄진다면 전기세는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대란 역시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상용화되려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를 대면적에서 구현하고, 발전 시스템을 적용해 검증하는 등 여러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스텍(stack) 단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연구기관과 협력한다면, 머지않아 이번 연구로 개발한 연료극 물질을 사용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로 만든 전기로 TV를 볼 수 있을 겁니다.
Q. 이번 연구 결과를 얻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됐던 아이디어나 사람이 있을까요? 연구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작년 8월 출력 성능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공기극 물질을 개발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보고했습니다. 이 물질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물질과 동일한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시스템인데요. 산소환원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저온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연료극에도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라는 것이 이번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인도에서 온 대학원생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연료극에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라는 제 아이디어에 자기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와 인도 학생의 특유의 창의성이 잘 결합돼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Q. 다음부터는 공통 질문 드리겠습니다. UNIST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대학교입니다. 이 비결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또한 앞으로 학교가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UNIST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연구할 의지가 있는 교수와 학생이 잘 화합할 수 있는 연구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연구지원본부(UCRF)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만큼 뛰어난 첨단 분석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연구자들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장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UNIST가 한층 성장하기 위해 더 뛰어나고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 성과가 좋은 학생들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연구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도 자신을 충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합니다.
Q. 교수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혹은 가까운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말씀해주십시오.
A. 제 자신뿐 아니라 UNIST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각자의 행복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