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서 집안에 있는 보일러나 전등을 켜고 끌 수 있고, 버스가 정류장에 언제 도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토스트기가 시간 맞춰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커피 메이커가 반갑게 인사하는 일상도 곧 다가올 전망이다. 이런 모습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은 한창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다.
사물인터넷은 여러 기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물끼리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실현되고 활발하게 쓰이려면 우선 기술적인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주창희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바로 이 분야를 연구하는 신진연구자다.
주창희 교수가 작년 12월 5일 한국통신학회에서 수여하는 ‘2014 해동신진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동상은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제정한 상으로, 우리나라 통신공학 및 관련 분야 학문과 기술 발전에 큰 업적을 쌓은 인재들에게 수여된다.
그는 사물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 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를 인정받았다. 그는 이 분야에서 국제학술지 27편, 국제학술회의 34편의 연구 성과를 거뒀다. 서면인터뷰를 통해 수상 소감과 연구 분야에 대해 들어봤다.
Q. ‘2014년 해동신진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간단한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A. 개인적으로 UNIST에서 연구한 성과들이 인정받은 것이라 더욱 의미 있는 상인 것 같습니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UNIST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학생들과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Q.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되신 주요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연구에 있어서도 매년 화두가 되는 주제와 트렌드가 있습니다. 매해 바뀌는 트렌드에 너무 휘둘리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꾸준하게 답을 내려는 노력들이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확률적 모델, 정보이론, 최적제어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점과 점을 연결해 정보를 전달하는 선을 만드는 것이 ‘통신’이라면, 선들을 연결하는 집합은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어진 선 사이에서 정보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컴퓨터 네트워크에는 1초에도 수백만 개의 패킷들이 전송되고 정보가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런 패킷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저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전체적인 동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원활한 정보흐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접근방법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복잡한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확률적 모델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의 동작과 성능을 예상한 뒤, 수많은 패킷들의 전반적인 흐름을 제어하기 위한 알고리즘들을 연구합니다. 새롭게 개발된 알고리즘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가늠해보기도 하고, 리눅스나 안드로이드 같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실제 시스템에 구현하고 시험하는 과정을 통해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서 실현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집중하고 계신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고, 앞으로 연구 목표는 무엇인지요?
A. 앞으로는 모든 사물들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물들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 환경과 사용자 요구사항을 가집니다. 예를 들면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들(Vehicles), 위험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동작하는 사물들(Sensors),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사물들(Game console), 대용량의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달해야하는 사물들(Medical devices) 등이 이용할 네트워크 환경이나 사용자 요구사항은 각각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사물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거나, 여러 개의 네트워크 기술들을 통해 안정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게 제 연구 목표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자동차 네트워크 기술, 인간감각 속도로 빠르게 전송되는 네트워크 기술들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다음은 공통 질문입니다. UNIST는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대학교입니다. 이 비결은 무엇인지, 앞으로 학교가 더 성장하려면 어떤 게 더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우수한 학생들과 교수진이 가장 큰 비결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학생과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UNIST가 그토록 짧은 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2차 BTL이 완공되고 더 좋은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면, 학생과 교수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UNIST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