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명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되자!” UNIST 학생이 창업한 사회적 기업, 미싱피플 사무실의 화이트보드 가장 위에 적힌 포부다. 사회의 취약계층과 함께 헌옷을 반려동물용품으로 만드는 기업,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그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고 이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기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만났다.
㈜미싱피플(대표 이승우)은 지난 2017년 9월 설립된 UNIST 유일의 사회적 기업이다. 고교시절부터 헌 옷을 활용한 창업을 꿈꿔온 이승우 학생(기초과정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져온 황희원 학생(기초과정부)과 이승우 학생의 고교 동창이자 재봉틀 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정준기 군이 합심해 창업을 추진했다.
미싱피플은 헌 옷과 천을 수거, 반려동물 용품을 만드는 회사다. 미싱피플이라는 이름은 길을 잃은 사람들(Missing People)과 재봉틀로 천을 활용한 제품을 제작하는 사람들(Mishin People)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팀원들은 두 의미를 연결해 미싱 기술을 통해 직업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자’라는 뜻을 담았다.
신복로터리 근처에는 10평 남짓한 작업실이 있다. 경력단절로 10여 년간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직원과 하반신이 불편하지만 손은 날쌘 직원 두 명이 여기서 헌 천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버려진 헌 옷들은 이들의 손을 거쳐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재탄생한다. 헌 옷은 새로운 가치를 얻고, 사회에서 길을 잃었던 두 명의 직원도 자신들의 길을 찾는다. 미싱피플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다.
“처음엔 단순히 헌 옷을 활용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이승우 대표는 고교시절부터 헌 옷을 활용한 사업을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순히 버려지는 옷을 활용한다면 좋은 사업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미싱피플’로 이어지는 데는 인액터스 동아리 활동이 크게 작용했다.
이승우 대표는 특히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거나 직접 창업/보육하는 과정에 대한 배움을 통해 헌 옷을 사용한 사업이 단순히 재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에 머무르는 것보다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인액터스 활동에 함께한 황희원 학생은 이러한 뜻에 동참에 공동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동아리 활동 중에 독거노인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 분에게 반려동물은 외로움을 달래는 중요한 친구였는데, 비싼 가격 때문에 반려동물 용품은 생각도 못하고 계셨어요. 헌 옷을 활용하는 사업이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좋은 물건을 줄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랐고, 반려동물 용품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아이템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앞으로 지속 성장할 산업으로 예상되기도 하구요”
이승우 대표의 고교 동창이자 미싱피플의 디자인,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정준기 군은 미싱 관련 자격증까지 보유한 전문가다. 그는 매력적인 아이템을 제작해 시장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헌 옷을 재활용했다는 의미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팀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한때 열풍이었던 재활용천 상품들이 시장성을 갖지 못하고 사라져간 것을 바라보며 깨달은 것이다.
UNIST의 창업지원을 통해 한 단계 성장!
창업 과정이 늘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 과정 초기 제대로 된 창업공간을 갖지 못해 학교 내 강의실을 빌려 회의를 하곤 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용품을 놓아둘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학업과 병행하는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때문에 작년 말 문을 연 UNISPARK에 첫 입주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미싱피플에 큰 도움이 됐다. 사무공간도 확보되고, 회의공간이나 공용시설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창업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공간 뿐 아니라, 유니콘 프로젝트, 디자인융합벤처창업학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창업팀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은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사회적 기업을 모토로 하는 미싱피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저희가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소속이라는 점이에요. 공학, 기술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해나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향후 신제품을 출시하게 되면 첨단 기술을 결합한 차별화된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
“첫 번째 고객에게 후기를 듣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미싱피플은 곧 온라인매장을 열고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달 펀딩업체 선정을 마무리했고, 오픈일을 협의 중이다. 이승우 대표는 창업 활동 중에 형성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몰 입점도 계획하고 있다.
판매를 본격화하기 위해서 직원도 더 채용하고, 생산 공간도 이전할 계획이다. 이전하게 되는 생산 공간은 울산시에서 운영하는 ‘톡톡팩토리’다. 톡톡팩토리는 울산시가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소규모 제조공간을 지원하는 이 사업에 신규 선정된 미싱피플은 2월부터 입주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제작에 열중하게 된다. 또한 UNIST와 울산대학교 내에 헌옷 수거함을 확충하면서 의류공급도 원활해질 전망이다.
미싱피플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의 사회적 환원과 봉사활동 촉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일정 수익을 지역 유기견 센터에 기부하고, 학생들의 봉사활동 인증을 연계해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 후 가장 뜻 깊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팀원들은 곧 그 순간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온라인몰이 열리고 첫 판매가 이뤄지면 그 순간이 기쁘고 뜻 깊은 순간일 것 같아요. 제품을 받아보고 좋은 평가를 내려주는 고객이 있다면 무척 기쁘겠죠?(웃음) 하지만 꼭 구매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우리 뜻에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저희에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미싱피플’은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길을 잃고 앞길이 캄캄한 이들은 주저앉기도 하고,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길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함께 걸어가자고 이웃에 손을 내미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재활용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길을 개척하고, 또 이를 이웃과 함께 걸어가자고 제안하는 미싱피플의 모습은 그래서 감동으로 다가온다. 1만 명을 감동시키는 기업이라는 포부를 넘어 더 큰 감동과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그들의 당찬 꿈이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