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칠한칠미(七寒七微)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일주일간 춥고 일주일간 미세먼지에 갇히는 요즘 겨울을 나타내는 말이다. 미세먼지와 황사의 문제는 이제 봄 한철 문제가 아닌 우리 생활 전반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기 “마음 놓고 창문을 열고 싶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창업기업이 있다. 이번 인사이드 유니벤처(Inside Uni-venture)에서는 ‘레인(REIN)’을 만나 이들이 꿈꾸는 깨끗한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레인(REIN, 대표 김보경, 김병헌)은 가장 혁신적인 실내 공기질 솔루션으로 사람들에게 보다 쾌적한 생활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김보경 대표(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와 동료들은 기술을 통해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해도 오염된 외부공기가 들어오면 소용이 없는 상황에서 환기는 두려운 일이다. 레인은 창문에 직접 공기청정기를 부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한지 갓 3개월이 지난 레인의 사무실은 유니스파크(UNISPARK)에 위치해있다. 여기서 6명의 팀원이 함께하며 제품 디자인 및 설계를 진행 중이다. 김보경 대표는 “초기 디자인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제품 디자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올 하반기까지는 본격적인 제품생산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레인은 제품 2차 디자인에 열중하고 있다. ‘제피’의 디자인 논의를 진행 중인 팀원들. | 사진: 김경채
사명 ‘레인(REIN)’에는 혁신(Innovation)을 대표(Represent)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한편 독일어로 레인(Rein)은 순수함, 깨끗함을 뜻한다. 실내에서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순수하고 깨끗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또 비(Rain)와도 발음이 같아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맑은 공기를 선물하겠다는 의미도 읽어낼 수 있다.
마음 놓고 창문을 열려면 뭐가 필요할까?
레인은 “창문을 마음 놓고 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 꼭지로 시작됐다.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해도 언젠가는 환기를 위해서 창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다시금 오염된 공기가 들어온다는 점에서 환기는 불편한 일이다. 레인은 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평소 주변 사람들의 불편을 개선하고 자연스러운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데 관심이 많았어요. 다양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그중 미세먼지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김보경 대표는 문제를 거꾸로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창문을 마음껏 열려면 창문에서 깨끗한 공기가 들어와야 한다. 창문을 통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고 맑은 공기를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뷰’는 창틀에 끼워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다. 환기와 공기정화를 동시에 수행하는 이 제품을 통해 마음 놓고 환기를 할 수 있다. | 사진: 김경채
“UNIST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기술을 통한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연습을 해왔던 것이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창문에서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주변 선후배, 동기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적 조언을 들을 수 있었고 이런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점차 구체화될 수 있었죠.”
기계공학, 화학공학 등을 전공했던 주변 사람들은 한 마디씩 조언을 보태다가 레인의 팀원이 됐다. 제품 디자인부터 내부 설계까지 레인의 모든 부분들이 이렇게 합류한 학생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공기 정화를 위한 필터의 구성방식, 창문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모양의 제품 디자인, 그리고 센서를 통해 실내 공기질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방식을 제안하는 어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전 과정을 함께해오면서 작은 아이디어는 종합적 솔루션으로 발전했다.
창문 부착형 공기청정기의 사업화는 지난 해 진행된 디자인융합벤처창업학교 프로그램에 참가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 프로그램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창업지원 사업으로, UNIST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울산대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울산 · 경남지역의 주관기관으로 활동했다. 레인은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돼 창업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했다. 이 과정에서 시제품 제작 및 마케팅 관련 비용을 지원받으며 창업의 꿈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뷰’와 ‘제피’가 만들어낼 혁신적 변화
레인의 종합 실내 공기질 솔루션은 두 개의 제품으로 가능하다. 뷰(BeW, Beyond the Window)와 제피(Zephy)는 각자의 역할을 통해 쾌적한 실내생활을 돕는다.
‘뷰’는 창문에 부착하는 형태의 공기청정기로 환풍과 공기정화를 동시에 수행한다. 화학적 필터와 물리적 필터의 두 가지 필터를 통해 안전한 공기를 유입시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열교환기가 설치돼있어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도 조절할 수 있다. 작은 크기지만 실내 공기를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한데 갖췄다.
‘제피’는 다재다능한 뷰가 최상의 실내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제피에는 4가지 센서가 있어 초미세먼지 농도, 포름알데히드 농도 및 온/습도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제피는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제 환기를 해야 하는지를 파악해 뷰를 자동으로 가동시킬 수 있다.

‘제피’는 IAQ 허브(Indoor Air Quality Hub)로 기획된 제품이다. 내부에 부착된 센서로 공기질을 측정하고, 최적화된 환경을 위해 ‘뷰’를 작동시킨다. | 사진: 김경채
레인은 향후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제피를 실내 공기질 관리의 허브로 활용해 실내 공기질 분야에 특화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피를 통해 뷰 외에도 실내의 가습기, 보일러, 에어컨 등을 연계해 최적화된 실내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다.
레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소규모 주택에 적합한 현재 형태의 제품 세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솔루션으로 인식된다면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집 수리나 변형에 너그러운 일부 해외시장에서는 레인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융합과 협업의 가치로, 미세먼지 씻어낼 비가 내린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기술을 빠르게 접하고 합칠 수 있다는 건 UNIST가 가진 최대 장점이에요. 학교생활 중에 떠올린 아이디어가 이렇게 구체적인 제품으로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이죠. 유니스파크에 함께하며 상시적으로 협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김보경 대표는 디자인 학부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배경의 교수님들과 선배들을 만났던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디자인을 배우러 왔거나, 산업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접하면서 디자인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융합과 협업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방법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유니스파크에서 만난 김보경 대표(오른쪽)과 이광로 학생(왼쪽). 레인은 가장 혁신적인 실내공기질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 사진: 김경채
창틀을 변형시켜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약점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보경 대표는 “반대로 창틀에 설치를 해주시는 분들과 협업을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뷰와 제피가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간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이 또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내리는 비는 대기가 하층으로부터 가열되거나, 상층에 찬 기류가 유입돼 만들어 진다.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섞이며 만들어 진 비는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구름 아래 많은 것들을 씻어내 주는 반가운 손님이다. 다양한 기술, 사람이 융합돼 창업한 레인도 이런 비처럼 우리 생활의 불편을 씻어내 줄 반가운 손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