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인구 천만시대다. 반려동물과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 결과다. 그리고 그만큼 반려동물과의 더 나은 삶을 꾸미려는 노력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엔 공존을 위한 고민도 포함된다. UNIST 학생들 중에서도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번 인사이드 유니벤처(Inside Uni-venture)에서는 기술을 통해 사람과 동물의 더 나은 공존을 꿈꾸는 학생들을 만났다.
‘파이리코(Pireco, 대표 김태헌)’는 반려동물 홍채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창업팀이다. UNIST 생명공학과의 김태헌, 하유진, 박시형 학생의 3명으로 구성된 파이리코는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팀 이름인 파이리코엔 창업팀이 개발하고 있는 핵심 기술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반려동물(Pet)의 홍채(Iris)를 인식(Recognize)한다는 이들의 기술은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이리코는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2018년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유망한 청년인재의 사업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비용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2018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참가, 동남권 권역대회에서 수상하며 본선에 진출했으며, K-스타트업 학생리그에서도 최종 300팀에 선정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팀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헌 학생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기술을 이용해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생이 가능한 미래를 그리고 싶었다”며 “최근 창업공간과 지원금 마련이라는 한 고비를 넘어선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프지 않게, 쉽고 편한 방법으로!
김태헌 대표는 지난 4월에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동물등록제 시행에 따라 동물병원에 방문해 등록절차를 밟던 김 대표는 주사를 통해 생체칩(Chip)을 박는 방법을 권유받았다.
“생후 3개월 이상 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하고 강아지에게도 고통이 될 것 같아 고민에 빠졌었어요. 동물보호단체에서도 걱정하고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더 어려웠죠”
등록제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던 김태헌 대표는 학교 연구실에서 홍채인식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사람의 홍채인식 프로토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던 그는 문득 이 기술을 반려동물에 적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떠올리게 됐다.
사람의 홍채를 인식해 개인정보를 식별하고 등록할 수 있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이를 활용하면 생체칩과 같은 고통스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쉽고 간편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태헌 대표는 “유기방지, 개체관리 목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시행에 들어갔지만, 실제 참여율도 낮은 편이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칩 이식에 대해선 반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사업 구상의 배경을 밝혔다.
김 대표는 당시 같은 연구실 멤버였던 하유진 학생, 박시형 학생과 의기투합해 아이디어의 실현을 논의했다. 팀원들은 모두 홍채인식, 데이터 처리 등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빠르게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재 파이리코팀은 기존의 홍채인식 보다 정확한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해 딥러닝을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소형카메라를 장착한 장비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눈을 촬영하고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 모델도 제작하고 있다. 시제품을 활용한 실제 촬영과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홍채, 작지만 큰 변화 이끌 수 있어요”
파이리코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홍채인식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기 목표는 생체칩, 목걸이 등 반려동물 등록제의 여러 표준 중 하나로 자리 잡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등록제 전체를 주도하는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파이리코 팀은 “현재까지 반려동물과 관련한 서비스는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돼 있는 상황”이라며 “동물등록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동물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다양한 추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물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표준이 된다면 현재 활용되고 있는 유기관리 등의 목적 외에도 의료서비스, 동물보험 등으로 활용범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이처럼 개체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파생될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파이리코는 최종적으로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들이 운영될 수 있는 커뮤니티 허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공존을 꿈꾸다
파이리코 팀의 세 명은 이번 창업팀 구성 이전에도 함께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체화하며 창업역량을 다져왔다. 처음 시도했던 주제는 ‘스마트 글라스’인데, 이는 연구실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색약자의 환경에 맞게 색상이 변하는 맞춤 안경에서 이어진 것이었다. 다만 학생들은 이 아이템을 그저 연구실 내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았다. 아이디어에 대해 강현덕 교수와 의견을 나누던 학생들은 강 교수의 추천으로 창업팀을 구성했고,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산업융합 해커톤 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산업통상부장관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첫 아이템의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학교 내에서 창업을 준비하며 만났던 멘토들로부터 얻은 소중한 조언들도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 큰 대회에서의 경험은 더 좋은 아이템, 더 좋은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가 현재 구성한 파이리코다.
파이리코 팀은 “연구실에서 다루던 것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창업을 생각했지만, 기술이 바로 창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며 “창업에 대한 강현덕 교수님의 조언과 추천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됐고, 또 배성철 단장님, 황윤경 센터장님을 비롯한 기술창업교육센터 선생님들께서 지원해주신데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학기부터 유니스파크에 입주해 창업활동을 펼치는 파이리코는 추가 팀원 보강 계획도 세우고 있다.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이면 시범사업 참가 등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함께해나갈 방침이다.
창업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이용해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이리코는 기술을 통해 사람과 반려동물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관심과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해준다면 그 미래를 좀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