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휴게실, 말끔하게 정리된 공간에 매끄러운 디자인의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에 달린 페달을 밟으면 실내에서 자연스레 운동을 즐길 수 있다. 휴식의 도구이면서 활동의 도구, 운동기구이면서 인테리어 가구인 이 제품은 ‘스툴디(Stool.D)’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UNIST 학생창업기업 ‘상진’은 스툴디와 같은 ‘운동가구’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는 각오로 창업에 나섰다. 운동가구는 운동기구이면서 동시에 가구인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지금껏 없던 개념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창업에 나선 주인공은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상진 학생이다.
“모든 운동기구를 가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운동기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기능과 디자인의 요소를 융합한 시도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혁신적 디자인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다이슨과 그의 회사처럼 ‘상진’도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디자이너와 그 회사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상진은 현재 잠재적 고객을 파악하고, 실제 고객들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실제 판매 단계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지만, 최근 시장 조사결과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현재 상진의 직원은 대표를 포함해 5명. 울산 남구의 창업사관학교 사무실에 입주해 제품 생산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수업에서 탄생한 ‘스툴디(Stool.D)’, 세계의 주목을 받다!
스툴디는 박상진 대표가 들었던 통합디자인프로젝트(IDP) 수업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영우 교수가 지도한 이 수업은 디자인 기획에서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실습 과정으로 구성돼 있는데, 당시 수업 주제는 ‘OO회사에서 XX 제품 만들기’였다. 즉 서로 다른 업계의 입장에서 제품 디자인에 나서는 작업이었다.
박 대표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운동기구를 만드는 상황을 주제로 잡아 작업을 시작했다. 평소 운동기구와 가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해보기도 했고, 마라톤,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기 때문에 운동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인테리어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더해보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스툴디다. 스툴디는 의자의 형태에 운동을 위한 실내자전거를 결합한 것이다. 사용자는 집안에 앉아 일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또 TV를 볼 때 자연스럽게 운동을 할 수 있다.
박영우 교수가 지도하고 박상진 대표와 조은준 학생이 함께 만든 스툴디의 디자인은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의 수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고,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150개 디자인 발명품’과 ‘올해의 디자인 TOP11’에 선정됐다. 또한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도 수상작(Winner)로 뽑히며 국제적 경쟁력을 인증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만든 작품 … 끝까지 가보고 싶어 창업 도전
“평소 무언가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계공학과 디자인을 전공했죠. 게다가 가구와 운동기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요. 스툴디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죠.”
연구실에서 탄생한 스툴디는 박상진 대표의 졸업논문 주제이기도 하다. 주제는 스툴디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해 사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스툴디가 가진 불편함을 파악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찾았다. 이는 스툴디의 상용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다. 논문지도를 맡고 있는 김관명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인 이희승 교수도 스툴디의 출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사용자들의 체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출 수 있는 변형 요소를 넣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실에서 나온 심층적인 연구는 바로 창업한 회사의 주력 제품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함께하기 때문에 제품의 완성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적의 디자인, 생산방식, 소재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제품의 생산, 판매 전략도 힘을 받게 된다.
수업시간에 만들어진 제품으로 창업까지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상진 대표는 ‘재미있는 걸 끝까지 해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제품을 만들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고, 이렇게 탄생한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침 UNIST는 창업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이어서 박 대표의 도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제 작업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입니다. 창업을 하고 싶어도 아이템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비교해 볼 때 저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죠.”
창업 성공 자신감의 원천은 “공학–디자인 융합의 힘”
박상진 대표는 학부시절 공장에 자주 드나드는 학생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버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는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익힌 지식을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여러 공장에서 재료의 구매부터 생산 공정, 포장과 납품까지 다양한 공정을 경험했는데, 이 과정에서 디자인과 공학이 모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다보면 기계의 디자인이 불편해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사용자 경험을 통한 디자인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공학을 적용하더라도 제품이 그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공학 모두에 갈증을 느끼던 박상진 대표에게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의 개원 소식은 단비와 같았다. 대학원 과정이 개설된다는 소식에 신입생 모집 전부터 담당 교수들을 찾아 면담을 했던 그다.
대학원 과정을 거치며 어려운 과정도 많았지만, 박 대표는 많은 기회를 얻고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특히 ‘디자인 씽킹’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어떤 디자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학적 배경이 있었기에 문제해결을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연구에서부터 디자인, 물류, 생산, 세금 등 창업에 나서면서 신경 쓸 것들이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오히려 즐겁습니다. 공학과 디자인을 양 손에 쥐고 있는 만큼 더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스툴디로 시작된 변화가 바꿔놓을 미래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