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노출되어 해리*된 수소가스를 그래핀 표면에 흡착하여 그래핀 기반 n형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저비용 고효율 반도체 제작의 가능성을 앞당겼다.
* 해리: 분자가 그 분자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원자나 이온, 또는 보다 작은 분자들로 나누어지는 현상
** n형 반도체: 주된 운반체가 전자(electron)인 반도체
p형 반도체: 주된 운반체가 정공(hole)인 반도체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의 친환경에너지공학부 전용석 교수(42세)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영우 교수(60세)가 주도하고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김병훈 교수(제1저자), 서울대학교 홍성주 박사 과정생(제1저자), 건국대학교의 이상욱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이정철 박사 등이 공동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신기술융합형 성장동력사업’, ‘신진연구자 사업’, ‘해외우수기관 유치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네이처 출판사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되었다(9월 25일자 온라인, www.nature.com/srep). (논문명: N-type graphene induced by dissociative H2 adsorption at room temperature)
그래핀(Graphene)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 막으로서 원자들이 6각형 벌집구조로 결합된 나노소재이다. 강도가 강철의 200배, 전자이동도가 실리콘의 140배, 열전도율은 구리의 100배에 달한다. 때문에 다양한 전자·반도체 산업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특히 반도체 소자 분야에서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래핀에 반도체 성질을 부여하기 위해, 값비싼 귀금속을 그래핀에 도핑(n형 반도체) 하거나 수소 플라즈마(p형 반도체)를 이용하였다. 귀금속의 경우, 한 단계의 반도체 공정이 더 필요하고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수소 플라즈마를 이용하는 것은 수소 플라즈마를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높고 제작 과정이 복잡하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탄소 결손이 있는 그래핀이 수소 분자에 노출되면 수소분자가 해리가 되어 수소원자가 그래핀의 모서리와 결손부분의 탄소원자와 결합하고, 이 과정에서 비국소적 전자가 생산되어 n형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 플라즈마 처리를 통한 p형 그래핀, 그리고 나노크기의 귀금속을 이용한 n형 그래핀 등과는 달리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온에서 수소가스에 노출시키는 과정만으로 공기 중에서도 안정한 n형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앞으로 나노(10-9 m) 크기의 태양전지나 수소저장 장치, 반도체 다이오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또한, 수소는 신재생 에너지원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수소경제로의 반석을 닦기 위해서 수소저장체 개발을 위한 많은 연구들, 예를 들어, 수소와 그래핀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들 중 수소분자가 그래핀에서 수소원자 두 개로 해리되며 흡착되는 현상은 이론적 가능성만 제시되어 왔다.
이 연구는 학문적 측면에서, 이러한 이론을 실험적으로 최초로 증명하여 그래핀의 수소저장 원리를 밝혀낼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였다는 점,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 그래핀을 반도체 소자에 응용하기 위해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인 수소를 사용하여 저비용으로 고효율 반도체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용석 교수는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 뿐만 아니라 플렉시블 태양전지, 초고속 반도체 소자, 고효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그래핀 응용 연구에 있어 초기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수소가스에 노출시키는 과정만으로 공기 중에서도 안정한 n형 반도체 소자를 제조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 반도체 소자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UNIST의 원천기술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시스템 기술의 융합 및 연구분야 확대를 위해 2011년 6월 KIER-UNIST 울산 차세대전지원천기술센터(센터장 이정철)는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개소되었다. 현재까지 에너지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상위 10 % 이상의 SCI 논문 60여 편 이상 출간하였으며 지역 에너지 사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다양한 차세대 전지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