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힘들게 실험하면서도 그걸 즐기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공학자가 딱 내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2월 UNIST를 졸업하고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대학원에 입학한 정상영 석‧박통합과정 학생의 말이다. 그는 학부 2학년 여름방학부터 김진국 교수팀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학부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꼽았다.
김 교수의 연구실은 집적회로와 전자기장 해석 분야를 탐구한다. 정상영 학생은 무선전력전송연구에 참여해 2014년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에서 후원하는 국제무선전력전송학회에 논문을 게재했다. 당시 이 학회에서 학부생으로 구두 발표한 사람은 정상영 학생이 유일했다.
정상영 학생은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발표한다는 생각에 긴장되고 떨렸다”며 “주말도 없이 수도 없이 연습해 무대 위에서 영어로 무사히 발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부터 국제학회에서 발표까지 경험한 뒤에 ‘공학자의 삶에는 고생길이 훤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힘든 일이 많은데도 순간순간이 즐거웠고, ‘연구란 이런 것’을 깨달으면서 꿈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덧붙였다.
정상영 학생은 UNIST에서 보낸 4년을 ‘3차 성징’ 같은 과정이었다고 표현했다. 신체가 2차 성징을 겪으면서 급격하게 성장하듯, UNIST 학부 과정 동안 엔지니어로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데 UNIST에서는 동아리 운영도 맡고 학과 학생회 활동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적극성을 길렀다”며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길렀고 인격적으로도 엔지니어로서도 성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상영 학생은 무선전력전송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어떤 길을 가든 공학자로 남고 싶다’는 밝힌 그의 꿈은 사회에 기여하는 공학자가 되는 것이다.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도대학’이라는 UNIST의 비전과 맥을 같이 하는 지점이다.
다음은 정상영 학생과 일문일답이다. 이 인터뷰는 2015년 2월 학위수여식 이전에 이뤄졌음을 밝힌다.
Q1. UNIST에서 개인적으로 이룬 성장이라면?
A1. 지난 4년 동안 개인적으로 무척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성격적인 부분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성적인 편이었다. 무대를 보면 떨리고 자신감이 없는 내성적인 사람의 표본이었다. 그런데 UNIST에 입학하면서 스스로 숨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4년 동안 이것저것 도전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 걸 좋아해서 일반물리 과목의 TA(Teaching Assistant)에 지원했다.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알려주는 걸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TA를 하면서 자신 있게 말하는 걸 연습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길렀다. 원래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외향적인 부분을 발달시켰다고 생각한다. 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2개의 동아리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리더십도 커졌다. 수학‧물리학 동아리인 EOE(Elite Of Elite)에서 교외교류협력부였는데, UNIST 영재교육센터와 일을 많이 했다. 또 다른 동아리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인 UNIST CZARDAS 다. 이종은 기초과정부 교수의 지도 아래 바이올린을 배웠고 공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내 생각을 남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단체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배웠다. ‘우리’라는 테두리에서 생각해보는 귀한 경험이었다.
공학도로서 성장하는 기반은 2학년 여름방학부터 김진국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의 연구실에 참여하면서 마련했다. 올해로 연구실 소속이 된 지 3년차인데, 그 동안 학회에 논문을 게재하고, 발표하는 영광을 얻었다. 사실 학부생이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기란 쉽지 않은데 UNIST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학부생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교수와 교감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Q2. 학업 이외에 가장 의미 있었던 활동은?
A2.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에 논문을 냈던 일이다. 전부 영어로 쓴 프로페셔널한 논문인데다 구두 발표도 했다. 제 발표를 듣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모인 관련 분야 교수와 박사들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UNIST는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국제학회에서 영어로 발표한다는 게 무척 걱정됐는데, 평소 수업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큰 위화감이 없었다. 그동안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쌓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공학자로 사는 데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연구란 이런 것이구나’, ‘고생길이 훤하구나’ 등의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어떤 길로 가든 공학자로 남고 싶다고 결심했다.
논문 내용은 무선전력전송에서 전자기장을 해석한 것이다. 자기유도라는 현상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연구했다. 이를 분석하는 방법과 응용하는 방법, 실험 시뮬레이션 등이 주요 내용이다.
Q3. UNIST에 지원할 때 꿈은 무엇이었나?
A3. 고등학교 때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초중고교 시설에 자격증을 따면서 재미를 느꼈다. UNIST에 입학할 때는 에너지공학부에도 관심이 있었다. 지구의 자원이 고갈되는 가운데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에너지공학자들이 멋있어 보였다.
입학한 뒤에 두 분야 모두에 기초가 되는 전자공학과 소자물리학에 관해 배웠다. 그런데 1학년 때 다른 과목들을 접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UNIST 신입생은 무전공으로 입학해 일반 화학과 일반 물리, 미적분학, 프로그래밍 과목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만으로 판단했던 것과 실제 내게 맞는 길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선택한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탐색과정 덕분이다. UNIST의 장점으로 장학금이 알려져 있는데, 진짜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탐색할 기회를 준다는 것도 장학금 못지않은 장점이다.
Q4. 앞으로도 잊지 못할 ‘UNIST의 추억’을 꼽으라면?
A4.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입학시험을 보러 왔을 때만 해도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때까지의 친구들은 서울에서 함께 입시지옥을 겪고 있는 동료들이었다. 학교와 집, 학원만 반복해서 다니던 시절 만났던 친구들은 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UNIST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을 그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다양한 행사를 치르고, 여행도 하고, 공연도 했던 경험은 지금까지 인생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졸업하면 다들 흩어지겠지만 인생에서 정말 귀한 사람들로 남을 것이다. 흔히 UNIST는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자리해 갑갑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저와 친구들은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았고, 그런 활동을 통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쌓고, 사람을 남겼다.
Q5. 앞으로의 계획과 장래희망은?
A5.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에 진학한다. 전문연구요원으로 활동할 계획이라 5년 동안 UNIST에 더 머무를 예정이다. 그 시간 동안 김진국 교수님과 함께 무선전력전송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기파 간섭현상을 어떻게 억누를지 분석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시작하려고 한다.
UNIST에서 학위를 받은 이후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는데, 박사 후 연구원으로 독일 등에 가거나 기업체 취업하는 방향이다. 기업의 경험은 앞으로 연구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공학자로 남고 싶다. 제가 한 연구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제 분야에서 하나의 획을 그을 수 있는 전자공학자가 되고 싶다.
Q6. 본인의 인생에서 UNIST는 어떤 의미인가?
A6. 우리 신체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 ‘2차 성징’을 겪는다. 개인적으로 UNIST의 경험은 엔지니어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차레 더 성장하는 ‘3차 성징’의 고정이었던 것 같다. UNIST에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 제 모습은 스스로 봐도 많이 달라졌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한 지금의 제 모습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것 같다. UNIST는 결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학교가 아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크게 성장한다.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정말 많다. 인복이 많아 좋은 교수님을 만나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장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