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 새로움, 도전에 끌립니다. UNIST를 선택한 이유도, 과학기술전문사관에 도전한 까닭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과학기술전문사관’ 첫 후보생 합격자가 지난 16일 발표됐다. 총 20명의 합격자 중 UNIST 학생은 4명이며, 이 중에는 여학생도 1명 포함돼 있다. 그 주인공은 이기웅(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21세), 홍슬기(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23세), 장성온(자연과학부, 21세), 홍지원(신소재공학부, 21세) 학생이다.
과학기술전문사관은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경력단절 없이 국방과학기술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육성 프로그램인 ‘탈피오드(Talpiot)’를 벤치마킹해 ‘한국형 탈피오드’라고도 불린다.
이번에 선발된 학생들은 소속대학에서 2년 동안 일반전공, 국방과학,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고, 방학 중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다. 졸업한 뒤에는 군사훈련을 거쳐 2017년 6월 소위로 임관하고, ADD에서 첨단 무기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UNIST에서 선발된 4명의 학생을 UNIST 캠퍼스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꿈꾸는 미래도 달랐지만 UNIST의 슬로건, ‘First in Change’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내년부터 한국 최초의 과학기술전문사관 후보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홍지원, “부모의 바람과 내 꿈이 만나는 지점이 생겼다”
“아버지가 육군 장교, 어머니가 간호 장교 출신이세요. 그래서 어릴 때 아버지께서 저를 공군, 동생을 해군에 보내고 싶어하셨습니다. 각기 다른 제복을 입고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게 꿈 중에 하나였다고 해요.”
이번에 선발된 두 명의 여성 과학기술전문사관 후보생들은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군인이나 과학기술자 모두 여성이 드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홍지원 학생은 부모가 모두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언론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홍지원 학생은 “여성이라서 주목 받는다는 건 사실 짐스러운 부분”이라며 “과학기술전문사관이 군복무 문제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좋은 공학자로 성장시키는 제도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최근 삼성전자 상무로 채용된 MIT 출신 공학자, 프라나브의 TED 강연을 보고 공학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외고에서 소수인 이과반을 선택하고 UNIST로 진학한 그는 앞으로 전자섬유나 스마트섬유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전문사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하다”며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슬기, “새로운 길 개척하는 별 되겠다”
“13학번으로 학교에 다니지만 사실 동기들보다는 두 살이 많습니다. 도전도 많이 하고 그만큼 실패도 많았어요. 그래도 새롭게 시작하고 개척하는 것이라면 끌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기술전문사관도 가슴이 뛰는 도전입니다.”
홍슬기 학생은 어려서 ‘거대한 비행기를 직접 만들어 하늘에 띄우는 사람’이 되길 꿈꿨다. 현재 전공하는 기계공학과 물리학은 그 꿈에 가까워지는 길이지만, 이 길로 들어서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자칫 다른 길로 들어설 뻔 했다. 홍 군은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저희 학교에는 이과반이 없어 이공계로 진학하기 어려웠다”며 “친구들 몇몇과 함께 수학 선생님을 찾아가 의견을 전했고, 그 결과 학교 최초로 이과반이 개설됐다”고 말했다.
모교에 작은 역사를 바꾼 홍 군은 새롭게 시작하는 UNIST를 선택했다. 거기다 한국 최초로 시도되는 과학기술전문사관에도 지원했다. 꿈을 이루려면 어디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어떤 분야를 일궈내는 공학자가 되려면 연구실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학기술전문사관이 되면 연구를 지속할 뿐 아니라 조직을 운영하면서 리더십도 기를 수 있어 좋은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성온, “인생의 두 번째 분기점을 만났다”
“과학기술전문사관에 지원하지 않았거나 불합격했다면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 같습니다. UNIST에 진학한 게 제 인생 첫 번째 분기점이었다면, 과학기술전문사관에 합격한 건 두 번째 분기점입니다.”
장성온 학생은 과학기술전문사관에 합격하면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다. 지금까지는 화학 분야 연구자가 되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에 봉사하는’ 연구원으로 꿈을 더욱 명확하게 잡은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군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군 복무를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하면 군대를 경험할 수 없게 되는 게 아쉬웠다”며 “군대를 경험하면서 연구도 계속할 수 있는 제도라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낮선 환경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 장성온 학생 역시 새로움을 추구한다. 1학년을 마친 뒤에는 40일 넘게 유럽과 중국을 돌아다니며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세상을 탐구했다. 그는 “UNIST도 과학기술전문사관도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다”며 “지금 앞에 주어진 임무를 멋지게 완수하고 나라는 물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기웅, “과학기술전문사관은 ‘암벽등반’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잘 성장해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전문사관은 ‘암벽등반’처럼 힘들어 보이지만 막상 해내고 나면 엄청나게 성장한 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기웅 학생은 무엇이든 처음 하는 일에 흥미가 있다. UNIST를 선택한 이유도 새로 시작하는 학교의 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과학기술전문사관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지원하게 됐다.
그는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연구하는 일이 하고 싶다”며 “학문적으로 성장한 뒤에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