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저희 팀이 개발한 투명전극의 면저항값이 가장 낮아요. 1Ω/sq 인데요. 아마 이 기록도 곧 깨질 겁니다. 그만큼 투명전극 분야의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안병완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연구원은 최근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고효율 신축성 투명전극’을 개발한 결과를 실었다. 현재까지 보고된 투명전극 중에서 ‘면저항값’이 가장 낮은 투명전극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구현한 투명한 전자피부는 언론에서도 주목받았다. 이번 논문에서 제1저자로 데뷔한 안병완 연구원을 제1공학관에서 만났다.
면저항값은 얇은 막(薄膜)의 전기 저항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단위 두께 당 비저항을 나타내는데 이 값이 크면 전류가 흐르기 어렵다. 이 때문에 투명전극을 개발하려면 면저항값을 낮추는 게 반드시 필요했다. 참고로 면저항값은 측정하는 막의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같을 때 동일한 값을 가진다. 면적이 넓어져도 두께만 같다면 저항값은 동일한 것이다.
안병완 연구원은 “신축성 있는 투명전극을 만들기 위해 그래핀이나 나노와이어, 금속섬유 등이 소재로 제시됐지만 면저항값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그래핀에 금속섬유를 결합해 두 소재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래핀, 금속섬유 만나 ‘투명・유연・낮은 저항’의 전극 탄생
과거 투명전극 연구는 그래핀이 중심이었다. 전기 전도성과 전하 이동도가 높아 전극으로 활용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래핀의 저항값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다음으로 시도된 것은 ‘그물 구조’였다. 그물은 격자로 짜여 신축성을 가지므로 물질은 늘어나지 않아도 구조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벌집을 잡아당기면 밀랍 등은 망가지지 않고 벌집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금속을 이용해 그물 구조를 만들면 연결되지 않은 구멍 쪽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길이 30~100㎛(마이크로미터) 정도의 나노와이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나왔다. 하지만 나노와이어끼리 연결하는 부분에서 전기저항이 너무 컸다. 안 연구원이 소속된 박장웅 교수팀은 나노와이어 대신 금속섬유를 떠올렸다. 금속섬유는 나노와이어와 달리 m(미터) 단위로 길게 뽑을 수 있어 전기저항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금속섬유를 활용해 저항값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열에 약하고 산화될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를 열전도율이 좋고 산화에 강한 그래핀을 결합해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변화가 혁신을 가져온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작은 부분이라도 바꾸고 실험해보면 새로운 길이 나와요. 혁신이라는 건 처음부터 반짝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런 무수한 시도 끝에 나오는 게 아닐까요?”
이번 연구 성과의 비결은 기존 방법들을 참고해 응용한 데 있다. 그래핀은 신축성 면에서 늘 주목받지만 저항값 때문에 고민이 많았고, 그물 구조나 나노와이어는 연결 부분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안 연구원은 각 소재와 방식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투명전극을 만든 것이다.
안 연구원은 “지도교수인 박장웅 교수는 가능성이 보이는 여러 실험을 설계하고, 하나씩 해보면서 실제로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스타일”이라며 “이런 방식을 따라 작은 변화라도 시도하다 보니 조금씩 발전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스쿱(Scoop)’의 공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쿱은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던 다른 이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면 하던 연구를 접게 되는 걸 뜻하는데 국자(scoop)로 떠서 버리듯 연구를 그만 버리게 된다는 의미다. 그는 “매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논문 목록(feedly)을 살폈다”며 “다행이 부지런히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 7개월 만에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9년 UNIST 1기로 입학한 안병완 연구원은 단 한 번도 과학도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학부 과정 땐 미처 몰랐던 UNIST의 최첨단 연구 환경에 감사하고 있다. 그는 “흔히 요즘 연구는 장비 싸움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UNIST는 최고의 공간”이라며 “열심히 연구해서 산업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공학도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