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이용한 유연하고 투명한 전극이 개발됐다. 이 전극을 유기 태양전지에 적용하자, 같은 종류의 태양전지 중 최고 효율을 기록했다. 새로운 전극은 태양전지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나 광센서 등에도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양창덕 교수팀은 ‘그래핀 기반 고성능 투명 유연 전극’을 개발했다. 그래핀이 가진 우수한 전기 전도성과 내구성을 해치지 않도록 새로운 제조기법을 고안해, 기존 그래핀 전극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래핀 전극은 ‘유기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구성요소로 주목받는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받아 전자를 만들어내는 ‘광활성층’과 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극’, 전체 전지 구조를 유지하는 ‘기판’ 등 여러 층으로 이뤄진다. 유기 태양전지는 광활성층으로 가볍고 유연한 유기물을 사용하므로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딱딱한 전극을 사용하면 유연하고 가벼운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핀 전극’은 가볍고 유연한 데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내구성도 좋아 유기 태양전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재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그래핀이 원자 한 층 수준으로 얇아서 전극 기판으로 옮길 때 지지층이 필요했다. 보통 지지층으로 전기가 안 통하는 고분자 물질을 쓰는데, 이들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전기 전도성을 떨어트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기판 위에 그래핀을 고정하는 힘이 부족해 굽히거나 외부 힘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떨어지기도 했다.
공동연구팀은 그래핀을 옮기는 지지층을 기판으로도 사용하는 새로운 제조법으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을 유기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 15.2%의 광전변환효율(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제껏 개발된 유연한 유기 태양전지 중 가장 높다. 이 태양전지는 또 5,000번의 굽힘 시험 후에도 초기 효율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우수한 기계적 내구성을 보였다.
제1저자인 구동환 에너지 및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투명한 폴리이미드(PI)소재를 지지체 및 기판으로 사용해 잔여물도 없고 투명한 그래핀 전극을 얻었다”며 “그래핀 전극 위에 폴리이미드 기판을 직접 형성해 기판과 전극 사이의 접착력이 향상돼 내구성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의 경우 ‘고온 공정’이 필요한 다른 전기 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그래핀 전극의 기판으로 이용되는 물질은 고온에서 변형됐으나, 폴리이미드 소재는 400℃ 이상의 고온도 견딜 수 있어 변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혜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고성능 그래핀 전극’은 유기 태양전지의 효율과 내구성 등을 크게 높였다”며 “향후 태양전지뿐 아니라 고성능 LED, 광센서 등 다양한 차세대 유연 광전소자 개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줄 (Joule)’ 4월 6일자로 온라인에 미리 공개됐으며, 추후 출판될 예정이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 한국동서발전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