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강체’는 자기적 성질과 전기적 성질을 동시에 가지는 물질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차세대 소자의 재료로 유망한데, 지금까지는 두 성질 사이에 상호작용을 높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최근 이를 ‘반데르발스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 자연과학부의 이근식 교수팀은 미국 버클리대의 씨엔짱(Xiang Zhang) 교수팀과 공동으로 ‘새로운 개념의 이종(二種)다강체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자기성이 강한(강자성)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강한(강유전성) 물질을 화학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어 두 성질의 상관관계를 높이는 방식이다. 공동연구진이 이론적 계산으로 증명한 이 방식에서는, 반데르발스 힘에 의한 화학결합을 이용한다.
다강체는 전기적·자기적 성질을 동시에 가지므로 전기장으로 자기적 성질을, 자기장으로 전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 이중 전기장을 통해 자기적 성질을 제어하는 기술은 고집적 메모리 소자 개발에 필수적이다. 이 기술을 구현하려면 다강체의 두 성질 간 상호작용이 클수록 좋다.
기존에는 단일상 물질내에서 강자성과 강유전성을 동시에 가진 다강체를 이용한 연구가 많았으나, 이 경우는 상온에서 다강성을 발현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강자성을 가진 물질과 강유전성을 가진 물질을 결합한 ‘이종다강체’를 구현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공동연구진은 이차원 강자성체와 강유전체를 층상구조로 결합시킨 ‘비(非)공유결합 이종다강체’의 개념을 설계하고, 그 특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새로운 이종다강체의 경우 두 물질이 만나는 경계면에서도 전기장을 통해 자기적 성질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때 연구진이 가정한 힘은 일반적으로 두 물질을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쓰이는 공유결합이 아닌 반데르발스 힘이었다. 반데르발스 힘은 전하의 일시적 쏠림으로 인해 분자가 순간적으로 극성을 띠면서 나타나는 당기는 힘(인력)과 미는 힘(척력)을 뜻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반데르발스 힘을 통해 ‘크롬 화합물(CrGeTe₃)’ 강자성과 ‘인듐화합물(In₂Se₃)’의 강유전성이 결합될 수 있음을 보였다. 강자성체의 자기적 성질을 결정하는 스핀(spin) 방향과 강유전체의 특징인 전기쌍극자(electric dipole)가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외부에서 전기장을 조정하면 크롬 복합물의 자기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다.
이근식 교수는 “층상구조 강유전체와 강자성체를 반데르발스 힘으로 화학결합해 기존에 비해 매우 큰 값으로 자기적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이론적으로 증명했다”며 “이를 실제로 구현할 경우 자성 메모리 소자 등 나노 소자 개발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6월 14일(금)자로 게재됐으며, 교육부 기본연구과제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논문명: Multiferroicity in atomic van der Waals heterostruc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