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2차전지 신소재 기술을 지역 벤처기업에 이전해 이 벤처기업이 단번에 세계 최고 수준의 2차전지 신소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 벤처기업은 이 기술로 신시장 개척에 나서 올해 안에 대량 생산과 국내 대기업 납품을 앞두고 있고, 내년도 예상매출액 400억원을 시작으로 3년 뒤인 2016년엔 연간 14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대학은 기술을 이전해 준 대가로 총 64억원의 기술이전료와 향후 20년 동안 매출액의 1%를 경상기술료로 받기로 했다. 이 같은 기술이전료 수입은 국내 대학 가운데 단일 기업에 이전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대학과 벤처기업이 공동 설립한 부설기술연구소는 처음 4명이던 연구원 수가 12명으로 늘어났고, 벤처기업 직원도 최초 20여명에서 현재 50여명으로 늘어났다. 올 연말엔 80명을 추가 고용해 내년엔 총 130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 총장 조무제)와 세진이노테크(주)(회장 윤종국)는 21일 오전 11시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학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2차전지 신소재 기술이전 협약식을 가졌다.
UNIST 조무제 총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대학이 창의적인 R&D 성과를 지역 벤처기업에 이전함으로써 신산업 분야 진출, 대량생산 체제 구축, 대기업 납품 등을 이끌어냈고, 대규모 고용 창출과 수천억원대의 매출까지 기대하게 됐다.”라며 “이것이 바로 새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롤 모델”이라고 말했다.
UNIST가 세진이노테크에 이전하는 기술은 모두 3건으로, 2차전지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재필(46) 교수(친환경에너지공학부) 연구팀이 미래창조과학부(전 교육과학기술부/지식경제부)로부터 대학IT연구센터육성지원사업 등의 일환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것이다.
조 교수팀은 앞서 2011년부터 리튬 2차전지의 양극 및 음극소재를 종전보다 안정성이 뛰어나면서도 값싸게 대량 합성하는 기술과 고온에서 기존 2차전지의 수명을 50%이상 향상시키는 특수표면처리기술 등을 단계적으로 이전했다. 조재필 교수는 “특히 특수표면처리기술은 2차전지 제조기업들과 전극소재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분야여서 이번 기술이전으로 세진이 관련 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 기술은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소형과 중형, 대형 배터리에 모두 적용할 수 있고, 특히 스마트폰의 최대 약점인 짧은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왔던 양극과 음극 소재 분야에서 단기적으로 최소 1,200억 원대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2014년엔 약 40억 달러이상으로 추산되는 세계 2차전지 전극소재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NIST와 세진이노테크는 앞서 지난 2011년 5월부터 대학 안에 세진기술연구소를 공동으로 설립해 단계적인 기술이전과 상업생산을 위한 기술검증 및 시험생산 등을 진행해왔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울산 북구 효문동 19,835㎡(약 6,000평) 부지에 150억원을 투자해 대량 생산 공장을 건립중이며, 올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세진은 대량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산학협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UNIST 인근에 추가 공장부지 16,528㎡(약 5000평)이 넘는 추가 부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2차전지 신소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세진이노테크 윤지현 전무는 “시제품 테스트 결과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라며 “현재 최소 2곳의 국내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최종 조율하고 있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납품을 본격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또한 기술 이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울산시 관계자는 “UNIST의 성공적인 기술이전과 세진의 대량 생산체제 구축으로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 머물렀던 울산의 산업구조가 첨단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수년 안에 2차전지 산업이 울산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