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 물질에 부분적으로만 전기가 통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기능성 소자가 등장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단장 로드니 루오프) 이종훈 그룹리더(UNIST 교수)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세종대, 싱가폴 난양공대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2차원 절연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를 층층이 쌓아올린 물질의 경계에서 머리카락보다 백만 배 얇은 1.5nm 두께의 전도 채널을 발견했다.
붕소(B)와 질소(N)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놓인 hBN은 높은 열적‧기계적‧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2차원 소재다. 우수한 물성에도 불구하고 hBN을 전자소자로 사용하긴 어렵다. 밴드갭(Band Gap)이 큰 부도체로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hBN은 전자소자 분야에서 기판, 전류의 흐름을 막기 위한 절연체 등으로만 사용되는 등 응용이 제한적이었다.
지금까지 hBN의 밴드갭을 5eV(일렉트론볼트, 부도체로 분류되는 기준치) 이하로 낮추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돼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얇고 투명한 hBN의 밴드갭을 줄인다면 유연소자, 투명소자 등 차세대 전자소자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우선 연구진은 화학기상증착법을 통해 AA′(에이에이프라임)과 AB 적층을 가지는 두 유형의 hBN을 합성했다. 위층의 육각형 모양 분자가 아래 층 육각형의 바로 위에 놓인 구조를 AA′적층 hBN이라고 한다. 반면, 위층의 육각형 모양 분자가 엇갈려 쌓인 구조를 AB 적층 hBN이라 부른다.
연구진은 AA′적층 hBN과 AB 적층 hBN이 맞닿은 경계면에서 밴드갭이 0eV가 되는 단원자 두께의 전자 통로가 형성됨을 확인했다. 0eV는 해당 부분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임을 의미한다. 이후 원자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TEM) 및 이미지 시뮬레이션 등의 분석을 통해 이 통로의 정확한 형태를 규명했다. 그 결과, AA′/AB 적층 경계에서 길쭉한 육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형태임을 확인했다.
도체와 부도체를 결합하여 만드는 소자의 경우 두 소재의 표면을 감싸서 안정화시키는 부동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소자는 절연체인 hBN 사이에 전자통로가 내재된 구조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동화 과정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제1저자인 박효주 연구위원은 “추가 공정이 한 단계 주는 만큼, 공정이 단순해지고 제조비용 역시 절감될 수 있다”며 “단 원자 두께의 궁극적인 1차원 전극채널인 만큼 반도체 소자의 소형화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 소자의 기판 등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돼온 절연체 물질인 hBN이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질화붕소 단일 전자소자 제작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종훈 그룹리더는 “그간 2차원 전자소자 분야에서 hBN은 그래핀이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을 해왔다”며 “hBN이 부도체이자 도체로 역할 할 수 있음을 규명한 만큼 향후 hBN 단일전자소자 등으로 응용 범위를 무한히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3월 7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2.804)에 게재됐다.
논문명: One-Dimensional Hexagonal Boron Nitride Conducting Channel
*본 연구 성과 보도자료는 IBS 커뮤니케이션팀 주관으로 작성되었습니다.(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