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지문의 폭만큼 작아 전자 칩(chip)에도 일체화 할 수 있는 ‘초소형 슈퍼커패시터’가 개발됐다. 이를 각 부품에 적용하면 독립적 구동이 가능해,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상영 교수팀은 전자 부품들과 일체화할 수 있는 ‘칩 형상의 마이크로슈퍼커패시터(Microsupercapacitor)’를 개발했다. 제작과정을 프린팅 공정으로 단순화하고, 프린팅 정밀도를 높여 부품 손상 없이 일체형 초소형 전원 시스템을 완성했다.
슈퍼커패시터(Supercapacitor)는 탄소 소재의 활성탄에서 전자가 붙고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전기 저장하고 이를 사용하는 장치다. 리튬을 쓰는 이차전지에 비해 출력이 크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특히 반도체 제작 공정을 통하면 초소형화도 가능해 IoT 기기나 입는 전자기기(wearable device) 등에 적합하다. 초소형 슈퍼커패시터를 전자 부품에 직접 연결해 ‘전원 일체형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작 공정 중 발생하는 열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전자 부품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전자 부품에 직접 슈퍼커패시터를 결합하기는 어려웠다. 잉크젯 프린팅으로 전자부품 위에 슈퍼커패시터를 결합하는 방식도 정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상영 교수팀은 ‘전기수력학 프린팅(Electrohydrodynamic jet-printing)’ 기법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극물질과 전해질을 잉크처럼 써서 부품 위에 찍어내는 것은 잉크젯 프린팅과 동일하지만, 정전기적 힘으로 잉크가 번지는 현상을 줄여 정밀도를 높였다. 일반 잉크젯 프린팅 기법은 잉크를 ‘뿜어내기’ 때문에 각 물질이 퍼지게 되는데, 정전기적 힘을 이용한 새로운 기법은 잉크를 ‘잡아당겨’ 번짐이 적다. 이 기법을 쓰면 선폭 1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이하 까지 정밀하게 프린팅 가능하다.
제1저자로 논문에 참여한 이권형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으로 1제곱센티미터(㎠)에 단위전지를 54.9개까지 제작할 수 있었고, 같은 면적에서 65.9볼트(V)의 출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법을 이용해 동전보다 작은 칩(8㎜ x 8㎜) 위에 전지 36개를 만들고, 직렬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지들은 80℃의 온도에서 잘 작동해 실제 전자 부품의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도 견딜 수 있다. 또 이 전지들은 병렬이나 직렬로 자유롭게 연결 가능해 소형기기에 맞춤형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이상영 교수는 “IC칩처럼 좁은 기판 위에 전지를 고밀도로 집적함으로써, 공간 제약 없이 전지 성능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한 기술”이라며 “좁은 공간에 전지를 집적하는 기술은 슈퍼커패시터뿐 아니라 다른 전기화학 시스템과 장치에 확장 적용 가능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나노융합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도약)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성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다학제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3월 6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