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에 반응해 스스로 움직이는 ‘자성 스마트 소재’의 모양을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성 스마트 소재’가 움직이는 모양은 소재 내부의 ‘자화 형태’가 결정하는데 자화 형태를 쉽게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기술이 개발 됐기 때문이다.
UNIST(총장 이용훈) 신소재공학부의 김지윤 교수팀은 서울대학교(총장 오세정) 재료공학부의 권민상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화 형태(magnetization pattern)를 바꿀 수 있는 자성 스마트 소재를 개발했다. 자성 스마트 소재 제조과정에서 소재 내부에 만들어진 자화 형태는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연구팀은 낮은 온도에서 녹는 물질을 이용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다.
자성 스마트 소재는 내부에 미리 입력된 자화 형태와 외부 자기장간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 자석에 다른 자석(자기장)을 갖다 대면 발생하는 인력이나 척력을 이용하는 셈이다. 자화 형태는 자석 힘의 세기와 N-S극 방향을 결정하는 ‘설계도’다. 자화 형태에 따라 자성 스마트 소재가 특정한 방향으로 굽혀지거나 접힌다. 하지만 자화 형태는 소재 제작과정에서 한 번 고정되면 바꾸기 쉽지 않다. 움직임을 원격으로 제어 할 수 있고, 외부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장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성 스마트 소재가 널리 쓰이지 못하는 이유다.
공동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상태가 바뀌는 물질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개발된 소재는 ‘자석입자’(자성물질)와 ‘상변화 물질’(PEG)이 혼합된 마이크로미터(10-6m)크기의 알갱이(자성 미소 구체)가 고분자 기질에 박혀 있는 구조를 갖는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상변화 물질인 PEG 때문에 자화 형태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얼음 속 구슬은 단단하게 고정되지만 물속에선 자유롭게 움직이듯, 액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외부 자기장을 이용해 자화 형태를 새롭게 입력 할 수 있다. 반면 온도가 상온으로 내려가면 고체가 된 상변화 물질 때문에 자석 입자가 물리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자화 형태가 고정된다.
제 1저자인 송현서 UNIST 신소재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PEG의 고체 액체 간 상변화는 ‘가역 반응’이라, 위 과정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복합소재의 자화 형태를 원하는 만큼 쉽게 재설계(reprogram)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발한 복합 소재로 ‘셀프 종이 접기’가 가능한 자성 소프트 액추에이터까지 만들었다. 연구팀은 액추에이터의 자화 형태를 실제 작동 환경 (in situ)에서 재설계하고, 이를 자기장에 노출시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다양하게 구현한 것이다. 가역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액추에이터에 반복적으로 새로운 자화 형태를 입력해도 소재의 성능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지윤 교수는 “기존 연구와 달리 자성 입자나 고분자 기질의 고유 특성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쉽게 자화 형태 재설계가 가능한 소재를 개발했다는데 의의가 큰 연구”라며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유연성도 갖춰 의공학, 유연 전기소자, 소프트 로봇 등 가변 구조형 스마트 소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7월 8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지원을 받아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