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기초과정부 학생들이 언양시장 활성화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시장에서 팔거리, 즐길거리, 볼거리를 만들었다. 시장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전시회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언양시장 안 갤러리카페 ‘알프스’에서 열렸는데 총 21개 작품이 전시됐다.
언양시장은 울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시장이다. 1915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상가 건물을 정비하고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이름도 ‘언양알프스시장’으로 바꿨다. 서정목 상인회장은 “손님이 많이 줄어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경 UNIST 기초과정부 교수는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시장이 주변 대형마트에 밀려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고 학생들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울주군상권활성화 재단을 찾아갔다. 울주군상권활성화 재단은 정부 지원을 받아 울주군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다. “처음에는 언양장 자료조사 협조와 전시공간 정도를 기대했는데 산학협력으로 이어졌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산학협력의 내용은 이렇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언양시장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제품을 디자인한다. 작품 제작과 전시비용은 재단에서 지원한다. 이는 전통시장 대상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다.
학생들은 시장을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가 유통되는 공간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한 시장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이다. 테마는 ‘시장 아트 프로젝트’, ‘관광’, ‘제품디자인’ 세 가지이다.
‘시장 아트 프로젝트’는 지역 특색을 살린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것이다. 언양 한우, 가지산 등을 다양한 색상의 포스트잇을 이어 붙여 모자이크 벽화를 만든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다. 기계공학부 강상권(23) 군은 시장 입구에 설치할 수 있는 ‘사진 박스’를 만들었다. 이 박스는 시장 과거 사진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광’ 테마로는 학생들이 KTX울산역, 언양시장, 영남알프스를 잇는 여행의 흐름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디자인한 작품들이 있다. ‘등산용 꾸러미’는 제철 과일과 음식, 사탕, 응급용품이 들어있고 펼치면 돗자리가 된다. 이 꾸러미를 만든 생명과학부 박지민(22) 양은 “학교 신소재 공학부의 도움을 받아 산에 두고 와도 썩어 거름이 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터게스트하우스’는 영남알프스를 등산하고 시장으로 내려와 숙박할 수 있다. 현재 시장 주변에 적합한 장소를 알아보는 중이다. 상점 셔터에 명화를 그려 관광객들이 문닫힌 시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밤거리디자인’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제품 디자인 부분에서는 이미 제품화된 것이 있다. ‘조립형 매대’는 100개 주문 제작에 들어갔다. 상판이 분리되고 다리가 접혀 운반과 보관이 쉽다. 이 매대는 5일장과 주말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대여된다.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김민섭(21) 군은 “재료비가 3만원도 채 들지 않았다”며 “실제 제품화 되는 첫 작품인데 상인들이 편리하게 잘 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50년 전통의 언양 참기름을 위한 용기 디자인은 제품화를 타진중이다. 3D프린터로 출력한 ‘됫박’은 손잡이가 있어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언양 미나리로 만든 양갱인 ‘언양갱’, 판매하기 힘든 과일을 이용한 ‘못난이 과일잼’ 등 다양한 제품들이 디자인됐다.
이 교수는 “시각적인 부분을 넘어 문화, 예술, 역사, 브랜드까지 디자인한 다양한 결과물이 나온 것은 각기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협력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다양한 전공 학생들과 협력하고 지역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경험은 학생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