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물은 섭씨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끓는다. 그런데 영하 150도에서도 얼지 않는 물이 발견됐다. 실험이 불가능했던 극저온 액체 상태의 물을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김채운 자연과학부 교수는 자체 개발한 고압력 냉각 기술로 영하 150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과학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월호에 22일(화, 현지시간) 발표됐다.
물은 화학적으로 매우 간단한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물리적 특성은 매우 복잡하다. 물이 어는점 이하에서 액체의 상태를 유지하는 ‘과냉각’ 상태가 되면 물리적 특성이 보통 액체와 크게 달라진다. 이는 물의 내부 구조가 고밀도와 저밀도 상태로 급격히 반복 변화한 끝에 생긴 결과라고 이론적으로 해석됐다.
김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 관에 물을 넣고, 이를 2,000기압 상태에서 영하 190도까지 냉각시켜 고밀도의 고체 상태의 얼음을 유도했다. 이 플라스틱 관을 구부려 얼음에 틈(crack)을 만들고, 1기압 상태에서 플라스틱 관의 온도를 점차 높였다. 그 결과 영하 150도 지점에서 얼음이 녹아 틈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영하 150도에서 얼음이 녹아 물이 된 것이다.
또 김 교수는 X-선이 물체에서 반사되는 현상을 이용한 X-선 회절 실험에서 고밀도의 고체 상태인 얼음이 저밀도 상태로 급격히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김채운 교수는 “20년 동안 가설로 남아있던 이론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실험적 증거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며 “물의 정교한 이론 모델의 정립은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등 공학 분야에서도 막대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