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의 성능을 높이려면 ‘전기가 잘 흐르는 촉매를 쓰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공기 중의 산소를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수소연료전지나 차세대 금속공기전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송현곤, 김건태, 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연료전지 등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하는 전지의 촉매를 연구한 결과를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11월 16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촉매의 전기 전도도에 따라 전지 성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원리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성과다.
수소연료전지나 금속공기전지는 양극에서 공기 중의 산소를 받아들여 전기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연료로 수소나 금속을 사용하고, 이 물질들을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때 양극에서는 산소(O₂)를 산소 원자(O)로 쪼갠 뒤 음극에서 나온 전자를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촉매는 이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전지의 양극이나 음극에 쓰인 물질의 전기 전도도가 높으면 전기화학반응이 잘 일어난다. 전기가 잘 흘러서 반응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UNIST 공동연구팀은 이 반응에서 촉매의 전기 전도도가 반응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송현곤 교수는 “산소 분자가 전자를 얻는 과정을 ‘산소환원’이라고 하는데 이 반응이 연료전지나 금속공기전지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라며 “촉매 주변의 전기 전도도를 높이면 산소 분자가 전자를 더 많이 받아서 산소환원이 잘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전기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전기 전도도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산화물 촉매를 만들어 실험했다. 그 결과 전기 전도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자 4개가 반응하는 완전환원 반응이 많아졌다. 산소환원 반응은 전자 4개가 한번에 움직이는 완전환원 방식과 전자 2개가 두 번 움직이는 방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완전환원이 많을수록 더 좋은 촉매로 본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는 김건태 교수팀에서 전기 전도성 산화물을 만들고, 곽상규 교수팀에서 이론 계산을 함께 해줘 가능한 성과였다”며 “전지가 작동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밝히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두 교수팀의 지원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제1저자로 참여한 이동규 UNIST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촉매와 산소환원 반응의 물리화학적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전도성이 높은 촉매를 개발하게 되면 수소연료전지나 차세대 금속공기전지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BK21플러스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