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흐르는 고분자를 2차원 면(面)으로 합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 기존 선형(線型) 고분자보다 전기 전도성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휘어지거나 투명하며 가벼운 성질 등을 가진 고분자로 전자제품을 만들 날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아닐린(polyaniline)을 2차원으로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차원 폴리아닐린 구조체(2D polyaniline framework, 2D PANI)’으로 명명된 이 물질은 6월 14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폴리아닐린을 원자 단위에서 면으로 만들고 전기 전도성도 높아지자 전자소자로써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2D PANI는 선형 폴리아닐린보다 100억 배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보였고, 염화수소(HCI)로 도핑한 뒤에는 전도성이 1960배나 향상됐다”며 “2D PANI는 그래핀 유사체이지만 균일하게 질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 그래핀 보다 다양한 방면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가 흐르는 성질을 가진 전도성 고분자는 다양한 분야로 응용이 기대되는 소재 중 하나다. 특히 폴리아닐린은 안정성이 높고 쉽게 합성할 수 있는데다 기계적 물성이 우수하고 경제성과 가공성을 갖춰 응용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존의 폴리아닐린은 금속에 비해 전도성이 낮고, 구조도 원자 단위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 소자로 사용하려면 2차원의 ‘면’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폴리아닐린은 ‘선’으로만 존재했다.
백 교수팀은 유기 단결정의 열분해 공정을 통해 탄소와 질소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2D PANI’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그래핀처럼 벌집 모양의 평면이지만, 탄소로만 이뤄지지 않고 질소가 일정하게 섞였다.
연구진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2D PANI의 원자단위 구조도 확인했다. 그 결과 탄소 3개 당 질소 1개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모습이 관찰됐다. 탄소와 질소가 일정한 비율(C₃N)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백종범 교수는 “2D PANI는 기존의 선형 PANI와 다양한 유·무기 2차원 물질들을 뛰어 넘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험실에서 화학반응으로 쉽게 합성하고 연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체의 부품 생산 라인에서도 수월하게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후 연구원과 이은광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백종범 교수(공동교신저자)와 나명수 UNIST 자연과학부 교수(공동저자), 박노정 자연과학부 교수(공동교신저자), 신형준 신소재공학부 교수(공동교신저자), 오준학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공동교신저자)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에서 추진하는 중견 및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장관 이준식)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