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고효율 ‘인공나뭇잎’ 소자를 개발했다. 인공나뭇잎은 물과 햇빛을 원료로 양분을 만드는 나뭇잎처럼 햇빛을 이용해 값비싼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반도체 소자다.
이재성 교수팀은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반디크롤(van de Krol) 교수팀과 함께 물속에서 햇빛을 받으면 수소를 발생시키는 인공나뭇잎(광촉매) 소자를 개발했다. 이 소자는 해조류의 광합성 원리를 모방해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효율을 8%까지 끌어올렸다.
해조류도 땅 위 식물처럼 태양빛을 받아 광합성을 한다. 그런데 바다 속 깊은 곳에서는 태양빛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따라서 해조류는 자기가 서식하고 있는 깊이까지 도달하는 파장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맟춤형 광합성을 한다.
연구진은 인공나뭇잎이 해조류처럼 햇빛의 서로 다른 파장대를 나누어 이용할 수 있도록, 두 개의 광촉매 물질을 병렬로 연결한 ‘이종쌍전극(Hetero dual photoanode)’의 개념을 제안했다. 그리고 친환경적인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산화물과 산화철을 나란히 연결하여 실제 소자를 개발했다. 이종쌍전극 중 비스무스 바나테이트는 짧은 파장의 빛을, 산화철은 긴 파장의 빛을 각각 활용한다. 그 결과 지금까지 5% 정도에 머물던 태양광 전환 효율이 8% 수준까지 올렸다.
이재성 교수는 “상대적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산화물을 이용한 광촉매 중에서 8% 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번 연구는 인공나뭇잎 기술의 상용화 기준으로 여겨지는 효율 10%를 턱밑까지 쫓아가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 발효된 파리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및 처리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공나뭇잎으로 생산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한 값싸고 안정적인 수소연료 생산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기술로 3년 내에 효율 10%를 달성해 재생에너지형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값싼 수소를 공급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로는 김진현(28) POSTECH 환경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과 장지욱(33)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Nature Publishing Group)에서 발행하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4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기후변화대응 사업과 중견연구자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 비스무스 바나데이트 산화물과 산화철로 이뤄진 ‘이종쌍전극’ 인공나뭇잎에서 수소와 산소가 생산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