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골수에서 나온 ‘줄기세포’와 광촉매 특성을 가진 ‘탄소 소재’를 이용해 다친 뼈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방법이 나왔다. 골절과 치주질환 같은 골격계 손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영교 생명과학부 교수와 티와리 지탄드라(Tiwari Jitendra N) 화학과 박사는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탄소‧질소유도체(C₃N₄sheet)’를 이용해 부러진 뼈를 빠르게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밝혔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는 김광수 자연과학부 교수와 서판길 생명과학부 교수이며, 이 내용은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ACS Nano 저널에 실려 1월 5일 공개됐다.
인간의 골수에서 얻은 줄기세포(hBMSCs)는 뼈를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골절 치료 수단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왔다. 최근에는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 나노산화물 등을 이용해 줄기세포의 기능을 높이려는 시도가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김광수-서판길 교수팀은 ‘탄소‧질소유도체(C₃N₄sheet)’에 집중했다. 이 물질은 붉은 빛을 흡수한 다음 형광을 발산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점을 이용하면 뼈 재생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왼쪽 위) C₃N₄4 sheets의 화학결합 및 물리적인 구조. (왼쪽 아래) 액체 상태에서 붉은 빛을 쪼이면 450 ㎚에서 최대로 투과돼 635㎚파장에서 발산된다. (오른쪽) 두개골이 손상된 생쥐에 C₃N₄4 sheets를 넣고 4주가 지나자 두개골이 90% 이상 재생됐다.
김광수 교수팀은 멜라민 성분에서 탄소 질소 유도체를 합성했다. 그런 다음 455㎚와 635㎚ 파장대에서 빛을 흡수하는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질소유도체는 액체 상태에서 빨간빛에 노출되면 635㎚ 파장의 형광을 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방출된 전자는 칼슘이 세포질에 쌓이도록 유도했다.
서판길 교수팀은 이 물질의 생의학적 응용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이 물질 200㎍/㎖가 포함된 배지에서 2일 동안 줄기세포와 암세포를 배양했다. 그 결과 세포독성을 보이지 않아 바이오소재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또 탄소‧질소유도체가 줄기세포에 작용해 조골세포로 분화해 미네랄 형성을 촉진시키는 현상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조골세포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ALP, BSP, OCN)의 발현률이 높아졌고, 조골세포 분화의 핵심인자인 Rux2(Runt-related transcription factor 2)도 활성화시켰다. 이는 결국 조골세포 분화를 늘리고 뼈 생성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영교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골절이나 골다공증 같은 골격계 손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의약품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열었다”며 “3D 프린팅을 이용한 인공관절이나 치아 등을 제작하는 데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상된 뼈나 치아 같은 경조직들의 보조제를 비롯해 생체 재료 개발에 필요한 생체역학 기능 분석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연구”라고 의미를 짚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국가명예과학자 프로그램 및 노화원천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용어설명
1. 탄소‧질소유도체(C3N4 sheets): 독특한 전자 밴드 구조와 높은 열적 및 화학적 안정성을 가진 물질로, 광촉매로서의 큰 장점이 있다. 가시광선에 의한 광촉매 수소 생성에 활용하려는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2. 조골세포(Osteoblast): 조골세포는 뼈의 기질을 합성‧분비하고, 기질에 Ca2+, Mg2+ 등의 무기염을 침착시킴으로써 뼈 조직을 석회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세포다. 골화(骨化) 등에 의해 뼈가 새롭게 생겨나는 부분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