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걸 원자력공학과 대학원생이 국제 노물리 학회인 ‘M&C 2017’에서 학생 부문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다. UNIST 원자력공학 분야 경쟁력을 세계에 다시금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물리는 원자로 내부에 있는 핵연료를 비롯한 각종 요소들의 물리적인 활동을 연구하는 원자력공학의 한 분야다. 정상걸 대학원생(이하 정 연구원)이 소속된 이덕중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원자력발전의 심장인 원자로에 관한 각종 연구, 즉 노물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전 운영하는 ‘임계’ 상태 정확히 예측해야
원자력발전은 핵분열을 일으켜 발생되는 열을 우라늄의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이를 통해 발생되는 수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만든다. 노심 내에서 우라늄 원자핵은 중성자와 반응하고 핵분열을 통해 다른 원자와 중성자로 분열한다.
이때 나온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 원자핵과 충돌하게 되면서 연속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연속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시키면서 발생되는 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전하게 핵분열 연쇄반응을 지속시키도록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원자로에서는 핵분열을 통하여 중성자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멸 하게 되는데, 원자로 운전에 알맞은 양의 중성자가 유지되는상태를 ‘임계’라 한다. 이덕중 교수팀은 이런 임계상태 측정 등 노심의 중성자 거동 해석을 통해 원자로 내부의 물리적 상태 변화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실제 원자로에서는 실험하기 어려우므로 프로그램 코드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계산한 결과와 모형 원자로에서 나온 실험값을 비교하면서 프로그램 코드의 정확도를 높인다. 연구 목표는 당연히 계산값과 실험값이 같아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상걸 대학원생(이하 정 연구원)은 “원자로 내부에서 중성자가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는 어렵다”며 “실제 원자로나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에서 우라과 같은 핵분열 물질과 중성자의 핵분열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해석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전 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계실험서 나온 ‘불확실도 정보’끼리 관계 있다
이번에 최고상을 받은 논문은 정 연구원이 2016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프랑스에서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연구 결과다. 그는 6개월간 경제협력기구 기구 산하의 핵에너지기구(OECD Nuclear Energy Agency)에서는 ‘국제 임계도 안전 벤치마크 평가 프로젝트(International International Criticality Safety Benchmark Evaluation Project, ICSBEP)’에 참여했다. 그의 임무는 원자로 내부 상황을 가정한 각종 임계실험에서 얻은 ‘불확실도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것이었다.
정 연구원은 “수천 가지도 넘는 벤치마크(실험용 축소 원자로)에 미세한 오차만 생겨도 예측이 불확실해지는데, 이런 정보만 모아둔 것을 불확실도 정보라고 한다”며 “차세대 원자로를 위해서는 이들 자료를 모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문에서 불확실도 정보끼리의 상관관계를 계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과거에는 독립적으로 계산되고 다뤄졌던 정보를 서로 연결시켜 본 것이다. 이를 통해 각종 임계실험에서 나온 불확실도를 정량화했을 뿐 아니라 실험간 상관관계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는 원자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코드가 정확한지 검증하고, 정확한 핵자료 생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세계 5대 원자력강국의 원자력공학자를 꿈꾸는 자부심
“에너지 자립은 곧 국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은 매우 중요하며, 거기에 기여하는 게 정말 가치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을 우수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원자력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2009년 UNIST 1기로 입학한 정상걸 연구원은 당시 신문을 장식하던 ‘UAE 상용원자로 수출’ 기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면적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대한민국이 세계 6번째 상용원전 수출국이 됐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이 소식 이후로 원자력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대학원 전공도 원자력공학으로 삼았다.
원자력 공학 분야는 노물리를 비롯해 방사선, 핵연료, 열수력, 재료 등 원전 운영에 관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한다. 이중에서도 정 연구원이 소속된 원자로물리연구실(CORE Lab)은 원자로물리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으며, 중성자 수송이론 및 확산이론을 기초로 해시뮬레이션을 통해 노심을 해석하는 특성화된 분야다.
정 연구원은 “원자력공학은 물리와 기계, 전기전자, 재료 등 다양한 학문이 연계된 흥미로운 학문”이라며 “특히 원자로 물리는 시뮬레이션으로 원자로의 심장부를 해석하는 연구로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원자력 기술의 특성상 미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원자력 강국의 전문기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다”며 “장학 혜택과 해외 프로그램, 연구인턴 등의 기회가 열린 UNIST라는 좋은 환경에서 함께 공부할 후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