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방식에는 대조적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복 스타일’은 많은 인력들이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캠프를 건설하며 기존 루트를 따라 등반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알파인 스타일’은 소수의 인원이 전혀 새로운 길을 찾아 정상으로 향하는 방식이죠. 저와 연구팀은 알파인 스타일의 연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만큼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월) 임정훈 생명과학부 교수가 서경배 과학재단 신진과학자 5인에 선정됐다. 유전암호 해독의 새로운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임 교수의 연구에 5년간 최대 25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서경배 과학재단은 장기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창의적 기초연구 과제를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공모했다. 이후 2차례 심사를 거쳐 신진과학자를 선정했다.
이번 심사는 까다로운 선정과정을 거쳤다. 신진과학자에게 파격적 지원을 하는 만큼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신중한 심사를 했다. 재단에서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선정하고자 노력한 결과다.
새로움 탐구를 멈추지 않은 것이 선정의 비결
임정훈 교수는 늘 새로운 연구를 찾아왔다. 박사과정에서는 바이러스학을, 박사 후에는 초파리를 이용한 생체리듬과 수면주기를 연구주제로 삼았다. 임 교수는 “이번에는 단백질 번역이라는 근본적인 생명현상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됐다”며, “늘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고 도전해 온 것이 신진과학자로 선정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선정 비결을 밝혔다.
재단에서 선정한 연구주제는 ‘유전암호 해독의 새로운 원리’다. 임 교수팀은 비표준적 단백질 번역의 근본적 작용원리에 대한 기초연구를 해나가게 된다.
생물학 발전에 따라 최근 과학자들은 기존 확립됐던 원리와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 번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 교수의 연구주제는 이러한 비표준적 단백질 번역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 지에 대해 밝히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비표준적 단백질 번역이 주로 뇌질환과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감염이 진행될 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비표준적 단백질 번역의 작용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한다면, 뇌질환 및 감염성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저와 연구팀은 서로를 생명과학 원리를 탐구하는 동료과학자로 생각하며 끈끈한 신뢰로 뭉쳐있다”며 “새로움에 도전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경배 재단, 천외유천(天外有天)의 자세로 연구 당부
서경배 과학재단은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작년 9월 설립된 공익재단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서경배 회장의 사재 출연금을 기반으로 하는 재단은 특히 생명과학, 의학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신진과학자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시상식에서 ‘천외유천(눈으로 보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의 자세를 강조하며, 독창적 연구로 인류의 더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 달라 주문했다.
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신진과학자 5인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신진과학자는 임정훈 UNIST 생명과학부 교수, 강찬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도훈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최규하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등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