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폭염, 가뭄, 산불 모니터링에 모두 ‘공간정보’가 필요합니다. 인공위성 자료와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면 예보나 예측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요. 앞으로도 관련 분야에 기여하라는 뜻으로 표창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임정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2017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원격탐사와 지리정보시스템(GIS) 모델링,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국가공간정보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원격탐사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로 땅 위의 사정을 파악하는 일이다. 센서는 지표면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탐지하고 분석해 지형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정보를 제공한다. 넓은 영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변하는 모습을 추적할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임정호 교수는 2013년부터 위성자료와 과거의 기후관측 자료들을 결합해 현재와 미래의 가뭄 양상을 연구해왔다. 또 인공위성에서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양을 측정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2010년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위성, 천리안에 탑재된 센서에서 보낸 자료를 분석해 공기 중 에어로졸 양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미세먼지 양을 파악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인공위성이 관측한 자료를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위성자료에 기존 공간정보와 기상변수 등을 더하고 인공지능 기법으로 분석하면 미세먼지나 가뭄 같은 환경변화뿐 아니라 지질, 자원, 환경, 농업, 국토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땅의 모양을 파악하고, 곳곳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하는 작업은 과거에도 있었다. 고산자 김정호가 두 발로 전국팔도를 다니며 지형지물을 기록한 대동여지도가 대표적이다. IT기술과 인공위성,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발로 뛰고 눈으로 보는 대신 첨단도구로 온갖 지도를 그린다. 임정호 교수는 인공위성과 인공지능을 손에 쥔 현대판 고산자인 셈이다.
임 교수는 원격탐사에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는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인공위성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도록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해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만드는 게 그의 특기다. 최근에는 폭염연구센터에 참여하면서 폭염의 조기예보에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면 위성으로 촬영한 수많은 데이터에서 일정한 규칙을 찾아낼 수 있고, 특정한 패턴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분야를 적절하게 연결시킨 덕분에 남들과는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인공위성을 만들고 우주궤도에 올리는 일만큼이나 위성자료를 활용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과 2019년 2기의 정지궤도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그만큼 위성자료도 풍부해진다.
그는 “미세먼지나 폭염, 가뭄 같은 현상에 대해 위성자료를 적극 활용하여 예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 부족한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반을 넓히고 더 많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2017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 시상식은 지난 8월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7 스마트국토엑스포’에서 진행됐다. 이 표창은 주로 공공 분야와 민간기업 등에서 국토발전과 공간정보산업에 기여한 사람을 선정해 주어진다. 임정호 교수는 공간정보 관련 학계의 추천을 받아 표창 대상자로 선정됐다.
※ 임정호 교수와 일문일답
Q1.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A1. 우선 뜻 깊은 표창을 받게 돼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2012년에 한국에 들어와서 5년 넘게 공간정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주로 인공위성을 활용하다 보니 실제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인공위성 원격탐사 연구가 덜 알려진 편인데요. 이 분야에서 학생들을 기르면서 앞으로 공간정보 연구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위성 기반 원격탐사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알리게 되면 좋겠습니다.
Q2. 인공위성을 활용한 원격탐사 연구가 왜 중요한가요?
A2. 인공위성 자료는 위성에 탑재된 센서가 잡아낸 정보의 모음입니다. 지표면이나 대기에서 반사되거나 방출되는 적외선, 마이크로파 등을 잡아내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또 위성사진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서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위성자료를 한 차례 가공해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모니터링은 대기 중 에어로졸(aerosol) 입자를 이용한 수치모델을 이용합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도는 입자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먼지를 의미하는데요. 에어로졸 양에 따라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이 달라집니다. 인공위성 센서는 이 차이를 잡아내 미세먼지를 파악합니다. 이걸 수치로 만든 것이 ‘광학두께(Aerosol Optical Depth, AOD)값’인데요. 이 값이 클수록 입자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미세먼지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값이 작다면 입자층이 얇고 미세먼지가 적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AOD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상변수와 배출량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융합 모델링 하면 사람이 숨 쉬며 살고 있는 지상에서의 미세먼지 농도를 모니터링 및 예측할 수 있어요.
이처럼 인공위성 자료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잘 짜두면 미세먼지 양은 물론 가뭄, 폭염, 산불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Q3. 원격탐사 분야를 진로로 선택하신 사연이 궁금합니다.
A3. 지구관측용 인공위성의 역사가 1970년대부터 시작됐어요. 위성자료를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는 역사가 더 짧습니다. 외국에서는 지리학과나 지리정보시스템을 다루는 학과에서 관련 연구를 해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토목공학이나 도시공학 쪽에서 이런 기술들이 뿌리를 내렸어요. 대기학과나 해양학과, 지질학과 등에서도 원격탐사를 접목하는 경우가 있고요.
저는 해양학과를 나왔는데, 학부 4학년 때 ‘원격탐사’라는 수업을 듣고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위성자료를 분석하는 게 너무 흥미로웠고, 앞으로 연구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해양학과에선 원격탐사를 배우기 어려워 환경대학원으로 진학했고, 유학은 지리학과로 가서 원격탐사와 지리정보시스템(GIS)를 체계적으로 배웠습니다. 미국에서 교수 생활은 뉴욕주립대에서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대 환경자원공학과 소속이었습니다. 주로 도시계획과 산림 연구에 원격탐사를 활용했어요. 원격탐사가 여러 곳에 두루 쓰이는 기술이다 보니 저도 다양한 분야와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덕분에 기상 및 기후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시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는 원격탐사 쪽 연구자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4대 과학기술원에서 원격탐사를 집중 연구하는 사람은 UNIST에 저 한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예정된 위성들이 발사되면 더 많은 위성자료가 생산될 텐데요. 그때 제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위성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 있으니까요.
Q4.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4. 인공위성은 멀리서 관측하기 때문에 넓은 지역을 주기성을 두고 살피기 좋습니다. 하지만 광학센서는 구름이 있을 경우 관측이 어렵고, 대기온도처럼 위성에서 살피기 어려운 정보들도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위성자료와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자연재해나 재난 등을 예보하고 예측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아집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인공지능이 쓰일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는 종종 인공지능 기법으로 원격탐사를 했습니다. 주로 도시나 산림의 변화를 살피는 연구였는데요. 한국에 와서 기상위성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공위성과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분야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기상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원격탐사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방법을 전파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듭니다.
Q5. 원격탐사에 적용하는 인공지능은 어떤 기술인가요?
A5.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알파고’처럼 복잡한 인공신경망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실제로 인공지능의 범위는 굉장히 넓습니다. 단순한 통계분석부터 데이터 안에서 규칙을 찾아내 알고리즘을 만드는 형태, 인공신경망을 바탕으로 더욱 고차원적인 문제해결을 해내는 형태까지 광범위하죠. 위성자료 분석에 활용할 인공지능이 알파고처럼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에 맞게 주어진 자료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일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짜주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폭염도 인공위성 자료와 수치모델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장기, 중기, 단기로 예보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게 목표예요.
사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격탐사가 첨단을 달리는 학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활용만 잘하면 다용도로 쓸모가 있어요. 미세먼지나 가뭄, 폭염 같은 자연환경 모니터링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산림, 농작물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자료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합니다.
Q6. 인공위성 원격탐사와 인공지능 연구가 울산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A6. 울산은 폭염이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 문제가 심각한 도시입니다. 위성자료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조기 예보를 하면 가뭄이나 폭염 분야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연계해서 재난‧재해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데요. 시범 지역으로 울산을 잡고 있습니다. 위성으로 얻은 자료를 이용해 재난과 재해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해 울산을 비롯한 전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계획입니다.
Q7. UNIST를 선택한 이유와 실제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해주세요.
A7. 2011년 여름에 세미나에 초청돼 UNIST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젊고 유능한 교수들이 모인 열정적인 곳이었죠. 이런 곳에서 함께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를 얻어 2012년부터 UNIST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UNIST에는 다른 대학처럼 수직적인 문화가 없습니다. 또 동료들이 젊고 열정적이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할 기회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는 못했을 것들에 도전했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습니다. 기후변화나 재난 연구에 원격탐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폭염 연구에도 원격탐사와 인공지능을 도입할 연구를 짜고 있어요. 이렇게 새로운 일에 함께 도전할 수 있다는 게 UNIST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Q8.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A8. 원격탐사를 활용하는 분야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는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원격탐사를 배우고 연구하면 직업을 찾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나아갈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다만 여러 분야와 협력해야 하므로 두 개 이상의 분야를 같이 파고드는 게 중요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격탐사 분야 산업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격탐사를 대부분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체들이 만들어지고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부와 산업체의 연계가 잘 된 편입니다. 고해상도 위성자료는 대부분 산업계로 넘겨주고, 정부가 저해상도 기후변화 연구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산업체에서 고해상도 위성자료를 사서 사용하기 때문에 산업계 쪽도 어느 정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마련돼 있죠.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