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팔딱거리는 심장,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끊어지지 않은 거칠고 야성적인 영혼, 가장 단순한 인간의 언어로 이 노동자는 내게 예술, 사랑, 아룸다움, 순수, 정열의 의미를 뚜렷하게 일깨워 주었다”(30쪽)
그리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김욱동 기초과정부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책은 지난 2월 5일(월) 민음사에서 펴낸 외국문학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인 『그리스인 조르바』는 주인공의 정신적인 성장을 다루는 성장소설이다. 크레타 해변에서 만난 조르바와 함께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주인공은 창백한 지식인의 모습을 벗어나 삶의 지혜를 얻어나간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존인물을 모티프로 쓴 소설로 세계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된 고전이며,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읽혀왔다. 1974년 『희랍인 조르바』라는 제목으로 최초 번역돼 소개된 이 작품은 이후로도 여러 번역을 통해 꾸준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러 부분에서 잘못된 정보와 실수,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다. 일례로 주인공의 이름과 제목부터 잘못 표기돼왔다. 번역과정에서의 오해는 주인공의 이름을 본래 ‘조르바스’에서 ‘조르바’로 변형시켰다. 또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제목도 최초 출간된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삶과 시대’와는 다르다.
김욱동 교수와 민음사는 새로운 번역을 통해 ‘완독 가능한 독서’와 ‘조르바의 의미 재확립’을 추구한다. “카잔차키스가 구사한 원어와 관념의 아름다움과 힘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는 피터 빈의 번역본을 저본으로 삼은 김 교수는 “번역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번역관에 따라 자유로운 영혼의 조르바가 구사했을 법한 언어를 한껏 살렸다. 가독성을 높이고 원전에 최대한 가깝게 번역하는 노력을 통해 맛깔스런 소설로서의 재미를 되찾고 완독이 어렵지 않은 책으로 펴냈다.
한편 김욱동 교수는 한국외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시시피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를, 뉴욕 주립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듀크 대학교 등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UNIST 초빙교수 및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술가, 평론가, 번역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오 헨리 단편선』, 『동물농장』 외 다수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