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정 금속 포일을 크고, 싸게,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가격과 면적 문제로 그동안 제한적으로 활용돼왔던 단결정 금속의 상용화를 앞당겨 관련 분야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드니 루오프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연구팀은 신형준 신소재공학부 교수, 펑딩 신소재공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 유원종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값싼 상용 다결정 금속 포일로부터 고부가가치 단결정 금속 포일을 손쉽게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동영상. 로드니 루오프 교수의 인터뷰와 단결정 포일 제작 과정이 담겼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제조 기술은 ‘무접촉 열처리(Contact-free Annealing)’라 불리는 기술이다. 이 공정은 다결정 금속 포일을 공중에 매달아 수소 기체 속에서 고온의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방식을 사용해 기존보다 1/1000 낮은 제조비용으로 최대 32㎠의 대면적 단결정 금속 포일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의 이번 연구결과는 19일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단결정 금속은 다결정 금속에 비해 표면 특성이 균일하고 전기전도도가 우수하다. 단결정 금속은 그 자체로도 우수한 소재일 뿐 아니라, 차세대 전자장치에 필요한 단결정 2차원 소재를 위한 촉매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기존 단결정 금속 포일 제작 공정인 ‘벌크 결정 성장(Bulk Cystal Growth)’ 방식은 높은 비용이 들고, 또한 큰 면적으로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때문에 단결정 금속 포일은 여러 특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돼왔다.
루오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결정 금속을 쉽고 값싸게 제작할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무접촉 열처리 방식을 통해 값싼 다결정 금속 포일에 녹는점에 가까운 열을 가해 단결정 금속 포일로 변환할 수 있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진성환 IBS 연구위원은 “다른 물체와의 접촉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열을 가하면, 다결정 금속 포일의 여러 결정 중 표면 에너지가 낮은 결정이 빠르게 성장한다”며 “이 결정이 다른 결정들을 잠식하고 결국 포일 전체가 단결정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준 교수는 “재료 내부에서의 결정립 성장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현상이지만, 본 연구에서 발견한 ‘초거대 결정립 성장’은 기존의 결정립 성장 거동과 다른 새로운 성장 거동을 밝혔다는데 점에서 학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무접촉 열처리 공정을 활용해 구리, 니켈, 코발트, 백금, 팔라듐 등 다양한 금속 포일을 활용해 단결정 포일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이 방식을 통해 만든 단결정 구리 포일은 다결정 포일에 비해 전기전도도가 7% 낮은 우수한 특성을 나타냈다.
또한 연구진은 이렇게 형성된 단결정 구리 포일 및 단결정 구리-니켈 합금 포일을 기판으로 사용해 전기적, 열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단결정 그래핀을 성장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로드니 루오프 교수는 “이번 공정은 단결정 금속의 제조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단결정 금속의 상용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실리콘 단결정 성장 기술의 발견이 현재 반도체의 역사를 연 것처럼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세상을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