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전지가 배터리를 넘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으로 거듭났다. 동서발전에서 진행된 실증실험을 통해 친환경 저비용 에너지저장장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UNIST와 한국동서발전(사장 박일준)은 17일(월) 오후 3시 울산화력본부에서 ‘10kWh급 해수전지 ESS 설비’ 준공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지난달부터 시작한 해수전지 ESS 설치작업의 경과를 살피고, 실증설비와 시제품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설치된 해수전지 기반 ESS의 용량은 10kWh로 이는 4인 가족이 하루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동서발전에서는 해수전지를 활용해 울산화력발전소 내부 사무공간의 조명등을 작동시킬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행사에서는 해수전지 충 ‧ 방전 시험을 통해 설치된 장비의 출력을 확인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ESS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잉여전력을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주목받았으며, 최근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산됨에 따라 각종 전자장치의 배터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ESS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에 이른다.
현재 ESS 시장의 대부분은 리튬(Li) 기반의 배터리가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리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가격이 급등하고 고갈위험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해수전지는 이러한 리튬이온 전지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에너지 저장장치로 주목받아왔다. 바닷물 속 나트륨(Na)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 사용하는 해수전지는 자원 고갈의 염려가 없고, 원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서발전은 이러한 해수전지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2016년부터 2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자해왔다. 이날 울산화력발전소에 설치된 장치는 이러한 투자가 이뤄낸 결과다. 해수전지 셀(Cell) 제작은 물론 대량집적을 통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던 것은 동서발전의 투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무영 총장은 “해수전지는 에너지 저장장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중요한 기술”이라며 “동서발전의 지속적인 지원과 협업이 있었기에 세계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울산화력발전소는 바다에 인접해있기 때문에 해수전지를 활용한 ESS를 적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이번 설치는 세계 최초로 해수전지 프로젝트가 상용화되는데 있어 중요한 업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