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들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러한 물질 내부의 움직임을 영화 찍듯이 영상으로 잡아내는 ‘초고속 현미경’이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 권오훈 교수팀은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펨토초(Femtosecond,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이하 수준의 물질 구조 변화를 볼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막대 모양의 금 나노입자가 외부 에너지를 받고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셀(Cell) 자매지인 ‘매터(Matter)’에 8월 7일자에 발표했다.
물질 구조를 분석하는 기법은 발전을 거듭해 원자 하나를 관찰하는 수준으로 정밀해졌다. 그러나 물질 내부는 가만히 있지 않고 펨토초 단위로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정확한 물성을 파악하려면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반응을 포착할 수 있는 분석법이 필요하다. 시간 단위로 일어나는 현상을 잘라내서 분석하는 개념을 ‘시간 분해능’이라고 하는데, 시간 분해능이 높으면 더 짧은 시간 단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최근 광학현미경에서 펨토초 수준의 시간 분해능을 구현했지만, 관찰 가능한 최소 크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보다 작은 물체는 식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반면 전자빔을 쏘는 전자현미경은 빔 속도를 조절해 펨토초 수준의 시간 분해능을 구현하는 동시에 나노미터 이하의 물체도 관찰 가능하다.
연구진은 펨토초 단위로 전자빔을 쏘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조절해, 금 나노입자의 진동을 펨토초 단위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금 나노입자에 레이저(광펄스)를 쪼여 음향 진동을 발생시키고, 펨토초 단위로 전자빔을 쬐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이렇게 펨토초 간격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이어 붙이면 한 편의 나노입자 영화가 만들어진다.
또 ‘전자직접검출 카메라’를 검출기로 사용해 검출 한도를 10배 정도 높였다. 광학현미경은 투과나 반사된 빛을 이용해 이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전자현미경은 시료의 모습을 담은 전자를 광자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전자로 바꾸어 전기적 신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검출기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 검출 가능한 최소 신호의 한계를 낮췄다.
연구를 주도한 김예진 UNIST 자연과학부 연구원은 “전자직접검출 카메라를 탑재한 초고속 전자현미경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단일 입자 수준의 검출 감도에서 음향 진동의 동역학을 시공간적으로 구조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권오훈 교수는 “물질의 구조 동역학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기존 소재의 성능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기초과학 영역”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실시간으로, 원자 수준의 구조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종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