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古)성당 모자이크 그림처럼 ‘태양전지’로 건축물을 다채롭게 꾸밀 시대가 멀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넓은 평지나 지붕뿐 아니라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서다.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전도 가능한 이런 기술은 앞으로 태양전지 수요를 더 높일 전망이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의 장성연 교수팀은 국민대학교 (총장 임홍재) 응용화학부 도영락 교수팀과 공동으로 건축물 외벽에 부착이 가능한 ‘풀컬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태양전지의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어 실제 건물에 적용하기 유리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전지는 대부분 태양광 파장 중 가시광선을 ‘흡수’해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반면 우리가 보는 사물의 색상은 그 사물이 ‘반사’하는 가시광선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태양전지에 색상을 입히려면, 가시광선 일부를 반사하도록 만들어야 하므로 태양전지가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기존 태양전지에 색상을 구현하면 효율이 낮아진다.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는 발전효율이 태양광이 전지로 들어오는 각도(입사각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건물 외벽처럼 태양광이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장소에는 설치하기 어렵다. 다양한 장소에서 태양전지로 전기를 얻기 어려운 이유다.
공동연구팀은 빛 반사 영역을 최소화한 ‘나노 필터’와 입사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이용해 두 문제를 해결했다. 나노 필터가 빛 반사 파장과 각도를 최소화한 덕분에 태양전지는 색상을 띠면서도 최대한 많은 태양광을 흡수했다. 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태양광 입사각이 달라져도 발전효율 저하가 거의 없어 일정한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제 나노 필터를 적용한 풀컬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19%에 이르렀다.
실리콘 산화물(SiO₂)과 타이타늄 산화물(TiO₂)을 겹겹이 쌓은 나노 필터는 빨강, 초록, 파랑을 아우르는 다양한 파장대의 빛 반사가 가능하면서도 그 범위를 매우 좁게(반치폭 30㎚ 이하)로 구현할 수 있다. 이 덕분에 태양전지가 반사로 잃어버리는 빛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리콘 산화물과 타이타늄 산화물을 쌓는 방식을 조정해 파장 간섭에 따른 추가적인 반사 현상도 줄였다.
나노 필터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자외선이 가진 높은 에너지는 태양전지를 ‘노화’시키는 주범인데, 이 부분을 나노 필터로 제거한 것이다. 그 덕분에 태양전지의 안정성은 더욱 높아졌다.
장성연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다양한 색상의 태양전지는 매우 선명한 색깔을 구현하면서도 광전변환 효율과 안정성이 높다”며 “건축물 외벽에 적용할 경우 미적 감각을 살리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두 목표를 달성해, 향후 건축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나노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ACS Nano’ 10월호에 출판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