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고 쉽게 녹이 생기는 ‘철’에 소량의 다른 금속을 첨가하면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틸(stainless steel)’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첨가물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Peroveskite)’의 단점을 잡을 기술이 개발됐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큰 주목을 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빨라질 전망이다.
UNIST(총장직무 대행 이재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석상일 교수팀은 새로운 조성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물질로 광흡수층 소재를 만들고, 이를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를 ‘사이언스(Science)’ 11월 7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새로운 개발한 소재는 첨가물을 바꾸는 것만으로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보다 효율과 안정성(내구성)을 크게 높여 눈길을 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값싼 무기물과 유기물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저렴하고, 저온에서 용액 공정으로 손쉽게 제조할 수 있어 간편하다. 이런 이유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손꼽힌다.
태양전지의 핵심은 태양광을 직접 흡수해 전자를 생산하는 ‘광활성층’이다. 이 부분이 얼마나 튼튼하고 안정적인지(내구성), 또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얼마나 높은지가 상용화의 관건이 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를 갖는 물질이 광활성층으로 쓰이는데, 이 부분의 안정성 강화와 효율 향상이 상용화를 위한 과제였다.
광활성층의 효율은 물질 원자 내 전자의 에너지 구조인 ‘밴드 갭(Band Gap)’에 의해 결정된다. 밴드 갭이 좁을수록 태양광 중에서 흡수 가능한 파장대가 넓어지므로, 광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밴드 갭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기존 광활성층의 경우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게 넣어주던 메틸암모니윰(MA, Methylammonium)나 브롬(Br) 같은 물질이 오히려 밴드 갭을 넓혔다.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하려 한 선택이 광활성층의 효율을 낮추게 된 것이다. 심지어 메틸암모니윰은 광활성층의 내구성도 낮추는 문제를 보였다.
석상일 교수팀은 브롬과 메틸암모니윰을 대신해 다른 ‘2가 유기 양이온’(메틸렌다이암모늄, MDA)을 첨가했다. 새로운 첨가물은 결정구조를 안정하게 만들면서 효율도 유지해 광활성층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민한울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내구성을 위해 주로 첨가하던 물질이’ 1가 양이온’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2가 유기 양이온을 첨가한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은 23.7%였고, 실제 태양광을 쪼여주는 환경에서 600시간 이상 가동해도 90%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흐름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연구진으로 유명하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마의 효율이라 불리는 20%을 처음 넘긴 것은 물론 최고 효율을 스스로 네 차례나 경신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해 사이언스에 보고한 논문도 이번으로 5편에 이른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사용하던 조성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조성의 소재로 태양광의 흡수 파장대역을 넓혔다. 이를 통해 광전류 밀도를 세계 최고로 증가시키면서도 열·광·수분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석상일 교수는 “논문 투고 이후 추가로 최적화된 전하 전달 소재를 개발했고 계면 결함 최소화 연구도 진행해, 이들을 조합하면 26% 이상의 효율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UNIST 창업기업인 ‘프론티어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 이용희)와 함께 대면적 모듈 기술을 접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용화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리더연구사업, 글로벌프런티어사업(멀티스케일에너지스스템연구단)과 기후변화대응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