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바다에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 ‘북극 해빙(海氷)’은 기후변화의 원인이자 결과로 알려졌다. 해빙이 줄어 햇빛 반사량 적어지면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그럴수록 해빙은 더 많이 녹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과정이 과학적으로 규명돼 북극 해빙 변동의 예측력을 높이고, 폭염이나 꽃샘추위 연구에도 도움 줄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도시환경공학부의 이명인 교수팀은 북극 해빙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대기 순환 양상을 분석하고, ‘기후변화에 따라 달라진 대기 순환 양상이 북극 해빙에 주는 영향이 강해졌다’는 걸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항공우주국 고다드 우주비행 센터(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생산하
는 재분석 자료와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이용해 북극 해빙과 대기 순환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대기 순환은 지역별 기압 차이로 인해 생긴다. 여름철(6~8월) 북극의 대기 순환에서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강약을 반복하는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이 주요 고려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순환 양상에는 ‘북극 쌍극자(Arctic Dipole) 진동’이라는 현상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게 밝혀졌다.
북극 쌍극자는 날짜변경선을 기준으로 북극의 동쪽과 서쪽 각각에 고기압 순환과 저기압 순환이 번갈아 가며 생기는 현상이다. 북극 쌍극자의 양상이 ‘서쪽에 고기압 순환, 동쪽에 저기압 순환이 위치한 경우(음의 위상)’에 북극을 관통하는 해류인 북극횡단해류가 강해진다. 이때 북극 해빙은 북극횡단해류를 타고 비교적 따뜻한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면서 잘 녹게 되고 그 면적이 줄어든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뚜렷한 1990년대 중반 기준으로 과거(1982~1997년)와 최근(1998~2017)으로 기간을 나눠 북극 해빙과 북극 쌍극자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북극 쌍극자의 공간 양상이 바뀌었으며, 북극 쌍극자가 유도하는 북극 횡단 해류에 의한 북극 해빙의 변동이 뚜렷해지는 매커니즘을 밝혀냈다. 북극 쌍극자의 중심이 최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지표면 바람이 대서양 쪽으로 흘러나가 북극 횡단 해류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이다.
이명인 교수는 “북극 대기 순환에서 주로 고려되던 북극 진동이 외에 북극 쌍극자의 중요성이 이번 연구에서 조명됐다” “이번에 밝혀진 내용은 향후 북극 해빙을 예측하는 인자로 활용될 뿐 아니라 미래 기후변화에서 북극 해빙의 역할을 추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빙하 연구 관련 최상위 국제학술지 ‘빙권(The Cryosphere)’에 11월 18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기상청 ‘기상·지진See-At기술개발연구’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