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가 투명해지면 건물 창문은 물론 전자 장치의 투명 기판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유연성’까지 더하면 휴대용이나 웨어러블 장치 등으로 그 범위가 넓어진다. 이를 모두 만족할 새로운 태양전지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경진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실리콘 마이크로와이어(Silicon Microwire) 복합체’를 이용한 ‘유연하고 투명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투명하고 유연한 고분자 소재에 원통 모양의 실리콘 막대가 박혀 있는 구조다. 실리콘 막대가 없는 고분자 소재 사이로 가시광선이 통과하므로 우리 눈에는 투명하게 보이며, 실리콘 막대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을 조절하게 설계해 효율을 높였다.
햇빛(태양광)은 물질과 만나면 흡수되거나, 투과되거나, 또는 반사된다. 태양전지의 경우는 태양광이 광활성층에 ‘흡수’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우리 눈에 투명하게 보이는 물체는 태양광 중 가시광선이 물체를 ‘투과’한 경우다. 따라서 주로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를 투명하게 만들면, 흡수할 태양광이 줄어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최경진 교수팀은 ‘투명하고 유연한 고분자 기판’과 ‘특수한 형상으로 제작된 실리콘 막대’를 이용했다. 이 태양전지에서는 실리콘 막대가 광활성층 역할을 해 태양광을 흡수하고 전기를 생산한다. 이 실리콘 막대들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간격으로 배치돼 우리 눈에는 투명하게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태양전지는 기판 자체의 투명하고 유연한 성질이 그대로 남게 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실리콘 막대의 형상을 바꿔, 투명도는 유지하면서도 빛 흡수를 크게 늘렸다. 태양전지에서는 빛의 흡수나 투과뿐 아니라 반사도 일어난다. 대부분 반사되는 빛을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를 다시 태양전지로 흡수할 구조를 만들었다. 실리콘 막대에서 광흡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막대 윗부분에서 반사된 빛이 바로 옆 막대에서 흡수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제1저자인 강성범 신소재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론적인 광흡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를 고성능 투명 태양전지 개발에 적용한 새로운 시도”라며 “한 번 반사된 빛을 ‘재활용’하는 구조는 태양전지 전체의 효율을 높였다”고 전했다.
최경진 교수는 “기존의 투명 태양전지들은 딱딱한 유리기판 위에 제작돼 응용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태양전지는 수십 번의 굽힘 시험을 해도 95% 이상 초기 효율을 유지해 건물이나 차량 유리는 물론, 휴대용 전자장치 등에 다양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Nature publishing group에서 발행되는 광학분야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학술지 ‘Light : Science & Applications’에 12월 12일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