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주유하는 데 1~2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전기차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 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서동화 교수를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고속 충전 원리를 규명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 소재 내부에서 리튬 이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리튬 이온이 음극 소재를 내부를 빠르게 움직이는 원인’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 충전 시간을 줄이는 음극 소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발견이 될 전망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전한다. 따라서 배터리 충전시간을 줄이려면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소재 안에서도 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상용화된 흑연 음극 소재 내부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 속도가 빠르지만 고속 충전시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되는 단점이 있어,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새로운 음극 대체재 중 하나인 ‘리튬-티타늄 산화물’은 리튬 금속 석출 없이 빠른 충전 속도를 보이는 물질이지만, 구체적인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 물질의 내부 생김새만 보면 리튬 이온이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운데도 충전 속도는 빨랐기 때문이다. 공동연구팀은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을 이용해 이 물질에서 리튬 이온이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를 찾아냈다. 그동안은 리튬 이온이 음극 내부에 자리 잡기 전과 후의 이미지만 얻었지만,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과 전자현미경 내에서도 작동 가능한 전지를 특수 제작해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중간 과정을 알아낸 것이다.
분석 결과, 리튬 이온이 리튬–타이타늄 산화물를 통과할 때, 이 물질의 내부를 이루는 구조가 변하면서 리튬 이온이 쉽게 빠져나갔다. 리튬-타이타늄 산화물의 원소들이 이루는 구조가 변하자 ‘리튬 이온이 빠르게 지나다닐 수 있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셈이다. 연구팀은 양자역학 모델링을 통해 전극 내부에서 일어나는 부분적인 구조 변화가 리튬 이온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낮추는 것도 계산해냈다.
서동화 교수는 “전극 내 리튬 이온의 움직임은 실험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험과 양자역학적 모델링을 통해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에서 리튬 이온이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원인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리튬-타이타늄 산화물에서 리튬 이온이 빠르게 움직이는 원리를 밝혀낸 만큼 앞으로 충전 속도를 높여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현재 양자계산과 머신러닝 등 모델링의 발전과 적용으로 이차전지를 포함한 각종 소재 개발 시간이 단축되고 있어, 미래에는 재료 개발의 자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국립브룩헤이븐 연구소,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2월 28일자로 게재됐다. 서동화 교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원 재직시 1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