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은 스며들지 않고 쉽게 튕긴다. 연잎 ‘표면’에 있는 아주 미세한 돌기가 있어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물 분해로 수소를 얻는 전극 ‘표면’을 개선함으로써 수소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기술이 나왔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류정기·이동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물의 전기분해(수전해)용 전극에 코팅해 수소 생산효율을 5배 정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지 않고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것만으로도 수소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컵에 탄산음료를 따르면 컵 안쪽 표면에 공기 방울이 달라붙는다. 음료를 마실 때라면 이런 공기 방울의 많고 적음이 큰 상관 없지만,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전극에서는 다르다. 전극 표면에서 발생한 기체가 많이 달라붙어 있을수록 반응이 일어날 면적이 줄어서 수소와 산소 같은 기체 발생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극 표면에 달라붙는 기체를 제거하는 게 전체적인 효율에서 중요하다.
공동연구팀은 다공성 수화 젤(hydrogel)을 전극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기체 방울을 쉽게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화 젤은 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물질로, 고체의 표면에 코팅하면 기체가 잘 달라붙지 않고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수전해 시스템의 전극 표면을 수화젤로 코팅해 수소 발생 성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같은 수소 생산효율이 5배 정도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류정기 교수는 “고분자물질은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없고, 전기가 통하지 않아 수전해 효율을 낮춘다고 예상됐다”며 “이런 점 때문에 전극에 사용된 적이 없었지만, 전극 표면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활용해 오히려 수전해 방식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고분자물질을 고체의 표면에 코팅해 ‘기체를 밀어내는 성질’을 얻은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도 표면의 기체를 제거하기 위해 고체의 표면에 미세한 나노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 있었지만, 제조비용이 비싼 데다 적용 가능한 물질에도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고체라면 물질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고, 대상 물질에 수화 젤만 코팅하면 되는 간편하고 저렴한 방식이라 활용 범위도 넒다.
이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공성 고분자 수화 젤의 코팅’을 이용해 다양한 고체의 표면에 ‘초혐기성’(Superaerophobicity), 기체를 싫어해서 밀어내는 성질)을 구현한 최초의 연구” 라며 “이 기술은 수전해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다솜 UNIST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박진우 UNIST 석박통합과정 대학원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4월 10일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