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조명으로도 무선충전 가능한 이차전지를 UNIST(총장 이용훈) 연구진이 개발했다. 도심에서 조명으로 낭비되는 ‘빛’을 전기로 바꿨다가 필요할 때 쓰는 ‘에너지 재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권태혁·송현곤 UNIST(총장 이용훈) 교수팀은 어두운 조명에도 반응해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까지 가능한 ‘염료감응 광(光)충전 전지’를 개발했다.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와 ‘리튬 이차전지’를 결합한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전지로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 IoT) 기기를 작동하는 데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까지 입증했다.
권태혁 교수는 “실내조명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0%에 육박할 정도라, ‘에너지 재활용’ 효과는 막대할 것”이라 기대하며 “태양광뿐 아니라 다양한 광원을 활용할 수 있는 광(光)전지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태양전지를 비롯한 광전지는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다양한 광전지 중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아주 작은 빛에도 반응하므로 낮은 밝기(저조도)의 실내조명에서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밝기 변화에 민감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는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기저장장치가 꼭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축전기’가 쓰였다. 그러나 축전기는 전기저장 용량이 적어 상용화하기는 어려웠다.
공동연구팀은 축전기 대신 ‘이차전지(배터리)’를 사용해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존의 이차전지 양극과 광전지 전극은 ‘에너지 준위’ 차이가 있어서 둘을 합치기 어려운데, 이를 해결한 것이다.
공동 1저자인 이명희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광전지와 이차전지를 융합하려면 광전극에서 생성된 전자가 이차전지 양극까지 안정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리튬 이차전지의 양극으로 주로 사용되며, 양쪽 반응성(amphi-redox)을 갖는 ‘리튬망간산화물’의 표면에 탄소를 주입해 음극으로 사용함으로써 두 시스템의 에너지 준위를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저조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산화환원 중계물질’을 찾아내 광전변환효율을 높였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염료’가 식물 엽록소처럼 태양광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한다. 염료가 빛을 받으면 전자를 잃어버리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고, 이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산화환원 중계물질은 염료가 잃어버린 전자를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저조도 환경에서 적합한 특성은 따로 있었다.
공동 1저자인 김병만 UNIST 자연과학부 연구조교수는 “염료에 도달하는 빛 입자수가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는 산화환원 중계물질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동역학적 특성)보다는 방전 전압(열역학적 특성)이 얼마나 높은지가 더 중요했다”며 “광충전 소자 설계시 조도에 따른 ‘산화환원 중계물질’ 선택기준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송현곤 교수는 “새로 개발한 염료감응 광충전 전지는 실내조명 아래서 11.5%라는 높은 에너지변환·저장효율을 달성했으며, 이는 저조도 환경에서 세계 최고”라며, “ 광충전 전지 6개를 직렬로 연결해 실내조명(LED)으로 10분 충전한 후 상용 IoT 센서를 작동하는 데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EES)’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선정돼 5월 20일에 출판됐다. 연구 진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평가원, 울산과학기술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