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알칼리 금속을 이용해 차세대 수소 발생 촉매로 각광받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TMD)’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촉매 구조에 액체 금속을 스며들게 하는 새 합성법은 쉽고 빠르게 촉매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김건태·곽상규 교수 공동연구팀은 ‘알칼리 용융 금속(쇳물과 같은 액체 금속) 층간 삽입법’을 이용해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을 금속상(1T phase)으로 바꾸는 합성법을 개발하였다. 수소 발생 촉매로 주목 받는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은 전기전도도가 좋을수록 그 성능이 좋아지는데, 간단한 합성법을 이용해 단시간에 반도체상을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금속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이하 칼코겐 화합물)은 텅스텐(W)이나 몰리브덴(Mo) 같은 금속 원소와 황(S)과 같은 칼코겐 원소가 결합한 물질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백금(Pt)을 대신 할 ‘물 전기 분해 반응’(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 촉매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상온에서는 촉매의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의 하나인 전기전도도가 떨어진다. 이 물질은 하나의 물질 안에 반도체 성질을 갖는 부분과 금속 성질을 갖는 부분이 공존하는데 상온에서 주로 전기전도도가 떨어지는 반도체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속상을 갖도록 합성하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성된 물질이 다시 반도체상 물질로 돌아가는 한계가 있다.
공동 연구팀은 모세관현상을 이용해 액체 알칼리 금속을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금속성 칼코겐화합물’을 1시간 만에(기존 48~72시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 알칼리 금속은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이 금속상으로 바뀌기 위해 필요한 전자(electron)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느다란 관 속으로 액체가 저절로 빨려 들어가는 ‘모세관현상’을 이용했기 때문에 액체 알카리 금속이 칼코겐 화합물 내부로 잘 전달된다. 이렇게 합성된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의 경우 전체 화합물에서 금속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92%로 높았다.
제1저자인 박상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석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합성법의 경우 2~3일에 걸쳐서 금속성 전이금속 칼코겐 화합물을 만드는 데, 이번에 개발된 합성법은 합성 시간도 짧고 간단하다”며 “X선 광전자 분석법 등을 통해 92% 이상의 높은 상 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합성된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은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고열과 강한 빛에도 금속상이 반도체상으로 바뀌지 않고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론분석을 통해 금속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원인도 밝혔다. 합성과정에서 알칼리 금속과 칼코겐 물질간의 결합이 반도체상이 금속상으로 바뀌는데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고 전자구조를 유지 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롭게 합성된 칼코겐화합물을 실제 물 전기 분해 시스템에 적용한 결과 100시간 이상의 작동에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박혜성 교수는 “차세대 수소 발생 촉매로 주목 받고 있는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새로운 합성법을 찾아냈다”며 “이차원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할 실마리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금속상 전이금속 칼코겐화합물의 특성을 잘 활용해 수소 발생 촉매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메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7월 6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교육부의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프로그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