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전사하는 효소의 새로운 움직임(백트래킹)이 발견됐다. 전사는 DNA(유전정보) ‘사본’인 RNA를 합성하는 과정이다. 이 발견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발현의 핵심인 전사(transcription)과정을 이해하는데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팀은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전사하는 효소(RNA 중합효소)가 ‘거꾸로 움직이는 현상’(백트래킹)을 발견했다. 세포핵 전사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발견됐지만, 미토콘드리아 전사에서 중합효소의 백트래킹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핵 DNA 전사 중 발견된 백트래킹은 전사 진행 여부 및 오류를 점검하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하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미토콘드리아 전사에서도 유사한 조절 매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 경로를 이해하고,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 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는 전사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된다. 전사는 주로 세포핵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도 자체 전사 시스템으로 자신의 유전정보가 담긴 RNA를 합성한다. 이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고, 합성된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 에너지 공급책’ 역할을 수행한다.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전사 과정은 세포의 생명 유지나 노화와 직결된다. 이 전사 과정을 정확히 밝혀내면 전사 과정을 교란시켜 암세포를 죽이거나, 전사 과정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전사 과정을 담당하는 RNA 중합효소의 복잡한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개별 분자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단분자형광분석법(smFRET)을 썼다”고 설명했다.
RNA 중합효소는 유전정보 원본인 DNA 가닥 위를 한 걸음씩 전진하면서 복사본인 RNA를 합성하는 효소다. 연구팀은 이 중합효소가 DNA 가닥에 붙어 생기는 복합체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중합효소의 백트래킹을 암시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제1저자인 손병권 연구원은 “RNA 중합효소가 전사 처음 단계로 되돌아가는 행동(abortive initiation)과 함께 합성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행동을 보였는데, 분석 결과 이 움직임이 RNA 중합효소가 뒷걸음치는 백트래킹(backtracking)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RNA 합성(중합)이 본격적인 연장(신장; elongation)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도 밝혔다. 합성을 시작하는 핵산(DNA 구성 단위) 위치를 +1이라 할 때 +8의 위치에서 연장 단계로 접어들고 안정적으로 RNA 사슬을 합성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27자로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