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벽이나 차량 선루프에 태양전지를 붙여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핵심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발전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최고 권위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誌에 10월 2일 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상일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광활성층의 미세 구조 변형을 최소화해 발전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활성층을 구성하는 입자(이온)간 크기를 고르게 맞춰주는 새로운 방법으로 내부 미세 구조가 틀어지거나 기울어져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 물질을 쓴 석 교수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논문으로 보고된 최고효율인 25.17%의 발전효율을 기록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건물 외벽이나 주행하는 차량에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햇볕이 쫴지는 각도(입사각)에 영향을 덜 받고 가볍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온에서도 쉽게 제조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된다면 재생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이유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전지 상용화에서 제일 중요한 과제는 안정성과 효율을 모두 갖춘 광활성층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광활성층은 태양광을 받아 전하(전기) 입자를 만들고 이를 전극으로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물질 내부 미세 구조에 결함(vacancy)이 많으면 전하 입자 전달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결함에서 전하 입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석상일 교수팀은 광활성층인 페로브스카이트를 구성하는 이온의 종류와 비율을 바꿔 내부 결함을 줄이고 화학적 안정성을 높였다. 결함의 주요 원인을 이온 크기가 서로 맞지 않아 발생하는 구조적 변형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크기가 큰 이온이 여러 개 있으면 내부의 미세 구조가 틀어지거나 기울어져 결함이 생기는 것이다. 마치 건축물의 철골 구조가 비틀어지거나 기울어지면 특정 부분이 파손되는 것과도 같다. 또 이 구조적 변형은 물질에 결함을 많이 만들 뿐만 아니라 물질을 불안정하게 하고 전하 전달도 방해한다.
개발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내부의 압력과 변형이 완화돼 구조적 안정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결함이 적어 전지가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이 높다. 이를 통해 25.17%의 높은 효율(공인 인증 효율 24.44%)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얻을 수 있었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와 물질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광활성층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기여할 뜻깊은 연구”라고 설명했다.
한편, 석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흐름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다. 석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마의 효율이라 불렸던 20%를 처음 넘긴 것은 물론 최고 효율을 스스로 다섯 차례나 경신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세계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관련해 세계 최고 권위의 저널(journal)인 사이언스에 보고한 논문도 이번으로 6편에 이른다. 특히, ‘화학 분자 상호교환법 (Intramolecular exchange)’과 ‘아이오딘 처리(Iodide management)’를 통해 세계효율을 경신했던 논문은 최근 3년 동안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전체 논문에서 인용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리더연구사업, 글로벌프런티어사업(멀티스케일에너지스스템연구단)과 기후변화대응사업의 지원 등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