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도체 성질을 갖는 그래핀이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처럼 디스플레이 소자 광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UNIST 화학과의 신현석 교수팀은 그래핀과 ‘화이트 그래핀’으로 불리는 육방정계 질화붕소 경계면에서 청색 발광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래핀 퀀텀닷’을 이용한 유연 발광소자 제작에도 성공해 그래핀의 디스플레이 광원으로써의 잠재력을 선보였다. 연구팀은 경계면의 밀도(발광 강도)를 높이기 위해 20nm(나노미터, 10-9m) 이하의 그래핀이 배열된 질화붕소 막을 쌓는 방식을 썼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6각형 모양으로 이어진 얇은 막이다. 얇지만 강하고, 유연할 뿐만 아니라 열·전기 전도도까지 높아 꿈을 물질로 불린다. 이 때문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그래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그래핀이 색상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소자 발광물질로 연구된 적은 드물다. 그래핀은 금속처럼 ‘에너지 띠 틈(energy bandgap)이 없다’는 독특한 물리적 특성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띠 틈 크기가 물질이 내는 빛 색깔을 결정하는데 그래핀은 에너지 띠 틈이 아예 없다.
신 교수팀은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 계면에서 푸른빛 나오는 현상 발견하고 이를 응용한 발광소자(광원)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20nm 이하 크기 이하의 그래핀 입자(그래핀 퀀텀닷)가 심어진 질화붕소 막을 수직으로 쌓는 방식을 써 발광 강도를 높였다. 그래핀 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도 유연한 소재라 접히거나 굽혀지는 디스플레이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제1저자인 김광우 UNIST 박사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존재 가능성이 점쳐졌던 두 물질 계면의 발광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며 “유사한 결정 구조를 갖는 그래핀과 육방정계 질화붕소로 이뤄진 2차원 물질 복합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발광현상의 원인도 찾아냈다. 원래 반듯한 육각형 모양이던 두 물질의 구조가 경계면에서 5각형, 7각형 모양으로 바뀐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를 토대로 물질 내 전자의 에너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전하)가 경계면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에너지 준위가 만들어진 것이 발광 현상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신 교수는 “이 연구는 전도체인 그래핀과 부도체(절연체)인 질화붕소의 계면이 광원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2차원 복합체 기반의 광센서나 LED와 같은 광전자소자를 구현함으로써 유연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연구”라고 기대했다.
KAIST (총장 신성철) 전석우 교수, 서울대 손병혁(총장 오세정) 교수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10월 23일자로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략과제, 기초연구실지원사업, 글로벌프런티어사업(나노기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연구)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