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세포의 근간인 조혈줄기세포의 생성 원리가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이윤성 연구위원이 이끄는 분자유전학팀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와 공동연구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Histone Chaperone)의 한 종류인 ‘섭티16에이치(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히스톤 샤페론(Histone chaperone)단백질 : 히스톤(Histone)은 DNA와 결합해 응축된 유전체 구조를 형성하고, DNA의 활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DNA 사슬을 조절하여 DNA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거나, 유전정보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등 유전자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히스톤 단백질이 DNA 사슬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히스톤이 뭉치거나 DNA 사슬이 엉기지 않도록 제어하는 단백질이 히스톤 샤페론이다.
혈액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모두 일컫는 세포이다.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고 면역을 담당한다. 혈액세포는 ‘조혈줄기세포(Hematopoietic stem cell)’가 만들어낸다. 척추동물의 조혈줄기세포는 성체가 되는 발생 시기에 대동맥 내피 세포로부터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와 각각의 기능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히스톤 단백질이 뭉치거나 DNA사슬이 엉기지 않도록 제어한다. 이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전정보 손실 또는 유전자의 무분별한 발현이 일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함을 밝혔다.
연구진은 우선 조혈줄기세포 생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제브라피쉬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해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문제가 있는 모델을 제작했다. 차세대 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 분석 결과 Supt16h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단백질 기능을 상실함을 확인했다. 즉 Supt16h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제브라피쉬(Zebrafish) : 얼룩말(Zebra)처럼 검은 줄무늬가 있는 최대 5cm크기의 열대어. 유전체 구조가 인간과 85%이상 유사하며 다양한 유전자 조작과 형광이미징이 가능한데다 생명력이 강해 실험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차세대 시퀀싱(Next Generation Sequencing) : 유전자 정보 전체를 빠르게 읽어내는 기술
나아가 Supt16h가 결여되면 세포 발생을 조절하는 ‘노치(Notch)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김을 발견했다. Supt16h가 제 기능을 못하면 종양억제 유전자인 p53이 지나치게 발현, Notch 억제 유전자 phc1이 활성화됐다. 이는 세포 발생에 중요한 Notch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켜 조혈줄기세포 생성 저해로 이어졌다. 요컨대 Supt16이 종양억제 유전자 p53을 매개로 Notch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조혈줄기세포 발생을 관장하는 것이다.
노치(Notch) 신호 : 신경, 혈관세포, 혈액세포 등 다양한 세포 및 기관 발생에 핵심 역할을 하는 신호체계. 세포막에 위치한 리간드와 수용체가 결합하여 근접한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한다.
이윤성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로 히스톤 샤페론 단백질 Supt16h가 특정 기관과 세포 발생에 필수적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함을 밝히고, p53을 매개로한 Notch 신호 체계가 조혈줄기세포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재생의학 분야에서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뿐 아니라 백혈병 등 혈액 질환 치료법 개선에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IF 20.042) 온라인 판에 11월 24일 오전 1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
논문명: Haematopoietic Stem Cell-Dependent Notch Transcription is Mediated by p53through the Histone Chaperone Supt16h
*본 연구 성과 보도자료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주관으로 작성되었습니다.(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