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표면과 내부에 모두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가 개발됐다.
UNIST (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은 이차전지와 슈퍼커패시터의 장점을 갖춘 신개념 에너지 저장 장치에 쓸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소재를 개발했다. 또 이 물질을 전극에 코팅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용 유연 슈퍼커패시터 제작에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보였다. 슈퍼커패시터에 대용량 이차전지의 장점을 더한 고속충전·고출력 만능 전지(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슈퍼커패시터는 이차전지와 달리 충전이 빠르고 순간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빠르게 뽑아 낼 수 있는 전원 장치다. 전극 ‘표면’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꺼내는 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명도 반영구적으로 길고 가볍다. 아주 작게도 만들 수 있어 사물인터넷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물질 ‘속’에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이온전지 같은 이차전지 보다는 단위 질량당 에너지 저장 용량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물질 표면과 내부에 모두 에너지를 저장 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기반 전극 활물질(Active material)을 이용해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끌어올렸다.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방식과 이차전지의 에너지 저장방식을 모두 쓰는 셈이다. 물질 내부의 산소 음이온은 이차전지의 리튬 양이온과 유사한 역할을 해 물질 속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며, 내부에서 흘러나온(용출,Exsolution) 코발트(Co)는 산화과정을 거쳐 슈퍼커패시터 방식으로 표면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한다.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강경남 UNIST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속 코발트가 표면으로 흘러나오는 용출 현상과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내에 산소 음이온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빈 공간(산소 빈자리 결함, Oxygen vacancy)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물질을 전극에 코팅한 플렉서블 슈퍼커패시터는 215.8 Wh/kg (218.54 mAh/g)의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단일 전극 시 에너지 저장 용량)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적용했을 때 보다 60% 정도 향상된 수치다. 또 순간 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전력밀도도 14.8 kW/ kg으로 높았다. 이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해 3.6V의 LED 조명을 켤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장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물질의 모든 부분을 에너지 저장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이를 통해 기존 이차 전지와 슈퍼커패시터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점만을 취사선택해 신개념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을 차세대 전지의 전극 활물질로 활용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신개념 에너지 저장법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소재 개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화학과 김건태 교수, 연구지원본부 정후영 교수도 함께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Energy Letters에 표지 논문 (Front supplementary cover paper)으로 선정돼 11월 13일자로 온라인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 및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위한 광전기화학 수소생산기술 및 시스템 개발 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