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求) 형태로 배양된 세포 덩어리인 세포 스페로이드를 원하는 위치에 바로 찍어 낼 수 있는 정밀 프린팅 기법이 개발됐다. 세포 스페로이드는 2차원으로 배양된 세포보다 더 인체 조직 구조에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 실제 인간의 장기 대신 암 전이 과정의 이해, 약물 효능 검증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주목 받고 있다.
UNIST (총장 이용훈)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강현욱 교수팀은 줄기세포나 암세포 스페로이드를 정밀하게 프린팅 하는 ‘3D 바이오 도트(dot)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를 구형으로 뭉쳐 자라나게 하는 기술(배양)’과 세포가 포함된 바이오잉크를 3차원으로 인쇄하듯 찍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합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포 스페로이드간 간격을 수 마이크로미터(㎛,10-6m) 수준까지 가깝게 만들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이 때문에 스페로이드간 간격을 실제 인간 세포들의 ‘언택트 교신’(paracrine interaction)을 정확히 모사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포의 종류에 관계없이 3D 바이오 프린팅의 장점인 삼차원 적층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 바이오 가공 기술(CAD/CAM)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체 장기와 더 닮은 조직 모형 개발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연구팀이 개발한 3D 바이오 도트(dot) 프린팅은 배양하고자 하는 세포가 포함된 바이오 잉크를 혼합 하이드로젤 안에 구 형태로 하나씩 찍어내는 방식이다. 이 때 바이오 잉크 주위 혼합 하이드로겔은 세포를 구형으로 뭉치는 ‘틀’ 역할을 한다. 잉크 속 가교제가 접촉면을 구형으로 굳히기 때문이다. 또 바이오 잉크 안에는 세포가 배양되면 녹아 없어지는 성분(희생재료)도 함께 들어있어, 구 형태 틀 안에서 세포가 뭉쳐지면서 자라게 된다.
제1저자인 전승규 연구원은 “기존 스페로이드 3D 프린팅 기법과 달리 별도의 스페로이드 배양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바로 스페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구형의 조직인 췌도(랑게르한스 섬)의 베타세포, 간세포 등을 스페로이드 형태로 제작하는데 성공 했다. 특히 간세포는 기존 스페로이드 배양법으로 배양된 세포 보다 성능과 수명이 우수했다.
또 연구팀은 다양한 세포 스페로이드 간의 상호작용 살피는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개발된 바이오 도트 프린팅 기법으로 암이 섬유아세포로 침투하는 모형이나 혈관상피세포와 간세포 스페로이드간의 상호작용을 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
강현욱 교수는 “개발된 바이오 도트 프린팅 공정은 간세포, 췌도의 베타세포, 암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쓸 수 있어, 현재 진행 하고 있는 암 침습모델, 간 질환 치료 패치,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기반 이식용 이종장기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관련 내용은 재료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9월 22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